금융감독위원회가 자본시장 육성을 내년도 중점 과제로 설정한 것은
시의적절한 정책 방향이라고 본다.

수수료 자율화로 경쟁을 촉진하고 주가변동폭을 확대해 기업가치가 주가에
즉각 반영되도록 하는 방안들은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외국 기업의 국내증시 상장추진이나 거래소 회원권 개방도 세계의 주요
거래소들이 이미 치열한 경쟁체제로 진입했음을 생각하면 때늦은 감이 있을
정도다.

최근 미국의 나스닥이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일본시장(자스닥) 개설에 합의
했고 선진국 주요 증시들도 거래소간 합병이나 외국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 모두 증권시장의 세계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자본시장을 선진화하는데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분야는
당국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듯이 낙후된 채권시장을 시급히 육성하는 것이라
하겠다.

채권시장은 기업과 정부가 자금을 조달하는 가장 중심적인 시장이고 이
시장이 활성화되고서야 비로소 전후방의 주식시장이나 금융시장이 원활하게
작동된다는 점은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채권시장이 "투자수요와 자금수요"를 매치시켜가는 본연의 기능을 수행해
내지 못한다면 급변하는 주가에 따라 금융시장 전체가 가뭄과 홍수를 되풀이
하는 악순환을 벗어나기도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국내 채권시장이 매우 낙후되어있고 대우사태가 불거진 이후에는
그나마도 개점휴업 상태라 할 정도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점이다.

채권안정기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야말로 채권시장의 낙후성을 증명한다고
하겠지만 안정기금이 아니고는 채권가격(수익률)조차 결정되지 않을 정도라면
여간 심각한 상태가 아니다.

물론 증권투자자들의 기대수익률이 연 수십%에 이르는 상황에서 "공금리
플러스 알파"를 제공할 뿐인 채권시장을 육성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격공시 체계조차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현실을 고려하면
채권 싯가평가나 채권이자 과세절차등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당국의 자세전환이 중요할 것이다.

투신사 공사채 외에는 채권형 상품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지만 이는 역시
당국의 까다로운 행정규제에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투자대상 채권을 선택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까지 일일이 정부규제와
간섭이 따르게 된다면 채권시장의 발전은 요원한 일이다.

제도 개혁을 통한 투자환경 개선은 물론 과감한 규제완화, 그리고 시장에서
결정되는 금리수준을 존중하는 당국의 자세전환이야말로 채권시장 발전의
전제조건이라는 말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