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 재테크를 노린 벤처아닌 벤처기업이 오히려 유망 벤처기업의 앞길을
막고 있습니다"

최근 코스닥시장 등록을 추진하다 금융감독원의 제동에 걸린 어떤 인터넷
기업 사장의 푸념이다.

정부의 벤처기업 양산정책으로 사업내용과 성장가능성 등이 정확히 검증
되지 않은채 인터넷 기업이라면 무조건 미래 유망업체로 대우받는 풍토가
되레 유망 벤처기업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아닌게 아니라 코스닥시장은 요즘 인터넷 기업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창업한지 얼마안된 인터넷 기업들이 저마다 코스닥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코스닥시장에 등록만 하면 떼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터넷 주식은 코스닥 등록과 동시에 연일 상한가 행진을 하고
있다.

창업주는 한 순간에 돈방석에 앉게 된다.

시중에 떠도는 수조원의 부동자금이 "억만장자"를 만들어내는 밑그림이다.

그러다 보니 한탕을 노린 "사이비 벤처기업"이 일확천금을 꿈꾸며 우후죽순
격으로 창업되는 경우가 없지 않다.

10%만 살아남아도 대성공이라는 "벤처공식"이 한국에선 다른 나라 얘기다.

엄청난 "착시현상"이다.

경우는 다르지만 골드뱅크는 벤처업계와 코스닥시장에서 성공신화의 주인공
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인터넷으로 광고를 보면 돈을 준다"는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로
순식간에 1백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모았다.

유사한 광고 사이트가 잇따라 개설될 정도로 골드뱅크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모델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벤처 세계에서 골드뱅크는 이미 인터넷 기업이 아니다.

디지토 아담소프트 보승정보통신 건잠머리 골드투어 온네트 등 인터넷
관련업체는 물론 동양상호신용금고에다 프로농구단까지 인수하고 나섰다.

아예 골드뱅크는 "금융기업"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억5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올해는 매출 90억원에 2억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더라도 사업내용과 경영실적이 "한국의 대표적 인터넷 벤처기업"이라는
지명도와 거리가 먼 것은 사실이다.

인터넷 쇼핑몰업체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코스닥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대부분의 인터넷 쇼핑몰 업체들이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인 미국의 아마존도 몇년째 "적자경영"을
지속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인터넷 기업의 "고주가"는 미래 성장성의 반영이지 현재 경영실적을 드러
내는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인터넷 기업가는 인터넷 비즈니스 창업의 최적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말한다.

이제는 수많은 인터넷기업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들여야 할
투자비가 벤처기업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인력도 포화상태여서 인터넷 기업의 핵심인 인력 확보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한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기존 인터넷기업의 인수.합병 붐이 일어날 전망이다.

벤처기업 창업이 바로 성공으로 이어지는 이제까지의 "선순환"은 앞으로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협회는 외부 회계법인에 용역을 주어 코스닥시장 등록을 신청하는
벤처기업을 심사토록 하는 등 문턱을 높이고 있다.

중소기업청도 올해말까지 1차로 벤처지정 유효기간이 완료되는 7백여개사에
대해 재심사와 재지정작업을 하는 등 벤처기업 지정요건과 사후관리를 대폭
강화, "사이비 벤처기업"을 솎아낸다는 방침이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이 끝나면 코스닥시장에 한파가 미칠 것이란
루머가 파다하다.

구체적인 회사이름까지 거명되고 있다.

이것이 현실화되든 아니면 "설"로만 그치든 벤처기업 정책은 이제까지의
"양적 팽창"에서 선별적인 "질적 육성" 쪽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일반투자자들도 "묻지마" 투자가 아니라 벤처기업의 옥석을
가리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한탕을 노린 벤처기업 창업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기가 곧 올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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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