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데이의 교통 대란.

추수 감사절(25일) 연휴와 관련한 ABC TV 뉴스의 헤드라인이다.

한국 사람들이 추석 때 송편을 빚어 먹는 것처럼 미국에서는 가족들간에
칠면조(터키) 요리를 나누며 추수 감사절을 기념한다.

지난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에 처음 정착했던 1백9명의 청교도
(필그림)들이 야생 칠면조를 구워 먹으며 첫 수확의 계절을 기념했던 데서
유래된 풍습이다.

그런 뿌리깊은 의미 때문일까.

이민의 후예인 미국 사람들은 추수 감사절을 연중 최대의 명절로 쇤다.

신년 첫날이나 성탄절, 독립기념일 등은 단 하루만 쉬면서도 추수 감사절
만은 매년 11월 넷째 목요일로 정해 나흘 연휴를 즐긴다.

추수 감사절 연휴는 미국 사람들에게 가족 재회 기간으로도 활용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순간부터 부모 곁을 떠나 독립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미국인들은 1년에 한번, 추수 감사절 기간에 부모 형제를 찾아 가족간 화목을
다진다.

올해도 대이동이 시작됐다.

올해 귀성 인파는 예년의 경우를 크게 웃돈다는 게 관계 당국의 설명이다.

연방 교통부에 따르면 올 연휴 기간 중 비행기 탑승을 예약한 사람은
1천9백8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1천8백여만명)에 비해 1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자동차를 이용해 1백마일(약 1백61km) 이상의 장거리를 여행하는 사람은
3천3백8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 역시 작년 동기보다 10% 가까이 증가했다.

미 전역의 철도 운송을 관장하고 있는 암트랙(철도공사)측은 평상시의
주말에 41만명 수준이었던 열차 여행객이 이번 주말에는 52만5천명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비상 수송계획을 세워놓았을 정도다.

특히 연휴 직전일인 24일에 암트랙을 이용한 사람은 평상시보다 94%나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들간 추수감사절 선물을 나누려는 인파들로 백화점 등 각종 매장들
역시 발디딜 틈 없는 성황을 누리고 있다.

블루밍데일, 메이시, 시어즈 등 주요 백화점들의 경우 올 매출의 10% 이상을
이번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중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아무리 개인주의적인 사회라지만 인간 본연의 귀소본능만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요즘 미국 풍경에서는 정겨운 사람 냄새가 난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