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격이 급등세를 지속하자 정덕구 산업자원부 장관과 정유 5사 사장단,
에너지 분야 기관장들이 모임을 갖고 국제 시장의 동향과 우리의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원유가는 단기 폭등 후 안정적인 고유가 시대가 지속될 것이며
물량이 모자라는 사태는 없겠지만 큰 폭의 가격상승 가능성은 상존하므로
국민경제적으로 추가 부담의 우려가 있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 비축유를 방출하거나 최고가격제를 적용해 가격인상을 억제하는
등의 긴급 대응조치는 취하지 않는다는 방침도 확정했다.

현재의 가격상승이 산유국들의 인위적인 감산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과거처럼
급격한 폭등과 공급물량 부족사태가 동시에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70년대의 1,2차 석유파동이 동기는 요즘과 달리 정치적이었지만 그
시발은 산유국들의 인위적이고 급격한 가격인상 및 공급 감축이었음을 간과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차제에 원유가의 단기적인 등락에 일희일비하는 산업구조는 물론
경제 및 사회 구조 전반을 에너지 저소비형으로 바꿀 것을 촉구한다.

그래야 원유가의 등락에 국가경제 전체가 좌지우지되는 일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려면 하루빨리 국제유가가 시장에 그대로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구조를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방법은 결국 가격 밖에
없다.

시장가격에는 환경오염과 교통체증 등의 사회적 비용도 모두 포함시키고
논리적 근거가 미약한 특별소비세와 교통세는 에너지세로 전면 바꿔야 한다.

가격체계와 에너지세제의 개편계획을 미리 예고한 뒤 단계적으로 시행하면
소비자들의 저항도 줄일 수 있고 자발적인 절약도 기대할 수 있다.

고유가가 지속되면 가격현실화에 따른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수월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석유비축량도 크게 늘려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권장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의 정부비축
기준량은 90일분이다.

우리도 67일분을 비축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민간 보유량 37일분을 합한
것으로 우리의 비축수준은 IEA 기준의 3분의 1에 불과한 셈이다.

석유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시 일정액을 부과하는 부과금의 일부를 떼서
적립하는 유가완충 재원(현재 약 4천억원)의 적립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따져보면 두차례의 오일쇼크를 가장 혹독하게 겪은 나라로서는 에너지의
비상사태에 너무 소홀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석유파동은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다.

그것도 예고없이 닥친다는 사실을 과거로로부터 배워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