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보왕삼매론에 있는 교훈이다.

보왕삼매론은 옛 선사들이 터득한 삶의 교훈으로 삶의 거스름을 헤쳐나가는
지혜이자 자기관리에 대한 일종의 처세라 할수 있다.

이중 첫번째 교훈인 이 구절은 나의 건강철학이기도 하다.

나는 항상 건강하기만을 바라지는 않는다.

몸에 어떻게 병이 없을 수 있겠는가.

인생은 생로병사다.

지금의 젊음도 시간과 함께 늙고 병들고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나는 별로 건강에 욕심내지 않는다.

다만 병을 앓을때 그 병의 의미를 터득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병마의 고통을 참고 견디면서 평소 건강했을때 생각해 보지 못했던 일들을
돌이켜 본다.

가족과 이웃에 대한 고마움도 느끼고, 내가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왔는지,
내 인간관계는 어떠했는지, 나는 직장에서 얼마나 성실하게 생활했는지
반추해 본다.

이처럼 병은 일상에 쫓기는 나에게 자기를 성찰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마치 양약처럼 말이다.

첨단문명의 혜택을 입고 살아가는 우리는 너무 나약해져 있다.

과거에 비해 의학도 발달하고 영양섭취도 늘었지만 체력과 의지는 예전만
못하다.

고등학교 학생들의 체력측정 결과를 봐도 10여년전에 비해 현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성인도 다를 바 없다.

몸에 좋은 것이라면 가리지 않고 찾아다니지만 40대 사망률은 세계 최고다.

모두가 허약하기 이를데 없다.

몸이 조금만 아프다 하면 하루아침에 좌절하여 포기한다.

몸과 마음에 병을 이겨내는 내성이 없다.

몸에 병이 없길 바라는 지나친 욕심 때문일 게다.

적당한 병치레는 건강함을 유지시키는 보약이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몸이 아니라 병을 받아들이는 마음인 까닭이다.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제 잘난
체하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일어난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보왕삼매론의 두번째 교훈이다.

나는 골프를 즐긴다.

골프는 자기와 싸워 이겨야 하는 고도의 정신스포츠이다.

골프를 하다 보면 보왕삼매론에서 말하는 겸양의 미덕을 터득할 수 있다.

거기엔 삶의 거스름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인생의 축약된 지혜가 있다.

94년 브리티시 오픈에 출전한 존 데일리는 다음과 같은 말로 보왕삼매론의
지혜를 함축했다.

"나는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며 바람을 대해야 함을 깨달았다. 바람이 샷을
망치는 것이 아니라 도울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잭 니클로스가 나에게
바람과 싸우지 말라고 충고한 데서 깨달은 것으로 정말 큰 도움이 됐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