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에 빚어졌던 "O-157 파동"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가 식중독균인 O-157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소비자들의 미국산 쇠고기 기피현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쇠고기 판매점의 매출이 눈에 띄게 감소했고 수입쇠고기를 쓰는
패스트푸드점에도 고객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O-157 문제는 지난 10일 미국 농무부 관리가 "미국산 쇠고기의 절반 가량이
O-157균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면서부터 시작됐다.

곧이어 농림부가 수입쇠고기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고 나서자 불안감이
확산돼 수입쇠고기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

수입고기를 주원료로 이용하고 있는 패밀리레스토랑과 햄버거체인점 등의
매출은 미국 농무부관리의 발언이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일부 민감한 지역에선 벌써 판매가 3분의 1가까이 줄어든 곳도 있을
정도다.

특히 미국산 재료를 사용할 것으로 인식되는 미국계 패스트푸드점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수입쇠고기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정육점들도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다.

"현재 미국산은 팔지 않는다"고 설명해도 소비자들이 잘 믿으려 들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수입쇠고기 판매점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한우점으로 손님들이 몰리는
경향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며 "자칫하면 2년전의 파동이 다시 빚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당국에서 명확하게 해명해 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호텔 양식당의 경우에도 손님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급육은 수입쇠고기를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모 호텔 주방 관계자는 "일부 손님들의 경우 한우로 요리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식품 유통업계에서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상당수의 식품 메이커들이 값싼 수입고기로 가공식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쇠고기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를 계기로
각종 판촉행사를 준비중인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터져 걱정이 태산"이라고
우려했다.

업계에선 2년전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97년 미국 네브라스카산 수입쇠고기에서 O-157이 발견되자 백화점 수입육
코너의 매출이 3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고 대부분의 요식업소는 매출감소로
큰 타격을 입었다.

뷔페식당에서는 육회가 없어졌으며 덜 익힌 고기를 꼭 써야할 경우 쇠고기
대신 양고기를 사용하기도 했었다.

대체수요가 몰린 돼지고기와 닭고기, 수산물의 매출이 늘고 값이 오르기도
했다.

현재 대부분 관광호텔과 대형 외식업체, 햄버거전문점들은 한국관광용품
센터를 통해 수입한 쇠고기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올들어서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급증했다.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총4만8천9백60t의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됐으나
올들어서는 10월말까지 이미 이보다 60%나 많은 7만8천8백12t이 국내에
반입돼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이에따라 이번 사건이 파동으로 이어질 경우 파장도 클것으로 보인다.

< 장유택 기자 changyt@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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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 속까지 익혀야

O-157균에 감염되면 4~8일의 잠복기를 거쳐 복통과 설사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건강한 사람은 약한 설사를 나타내지만 소아나 노약자는 적혈구가 깨지면서
장출혈 혈변 혈뇨를 보인다.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

고기를 속까지 익혀 먹어야 안전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