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백천씨 약력 ]

<> 33년 황해도 백천읍 출생
<> 58년 서울대 영문과 졸
<> 64~70년 동양방송 PD
<> 86 아시안게임, 88 올림픽 대중예술분야 전문위원
<> 93~97년 KBS 시청자위원회 위원
<> 98년 씨네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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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평론가 이백천(66)씨는 내일 모레면 고희다.

보통 사람 같으면 벌써 은퇴했을 나이.

그러나 그는 "60대는 소년, 70대는 청년"이라고 생각하는 정력적인
활동가다.

TV프로그램을 제작해 주는 씨네포럼 대표, 한국포크싱어협회 상임고문,
좋은문화가꾸기 모임 위원장 등 명함도 한 두개가 아니다.

최근엔 가요 80년사를 정리하는 노래박물관 건립을 주도하고 나서 화제다.

"가요사가 80년이 된다고 하지만 정작 가요관련자료 하나 구하려고 해도
쉽지 않습니다. 더 늦기 전에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창의력과 상상력을 일깨우는 가요의 메카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백천씨는 최근 발족한 노래박물관 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이수성 전 국무
총리, 가수 현인)의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처음엔 전시위주의 박물관을 생각했지만 그의 구상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북한강변 남이섬에 세워질 박물관에 음악캠프, 창작스튜디오, 명예의 전당
등을 함께 만들고 국제가요페스티벌과 각종 음악공연도 기획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 마디로 남이섬을 "음악의 섬, 노래의 강"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로
만들겠다는 얘기다.

해외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참신한 아이디어다.

그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8년전 "좋은 문화 가꾸기 모임"을
만들면서부터.

"올해의 좋은 노래"를 선정하고 음악교육 워크숍, "열린 음악회" 등을
기획하다가 노래박물관 건립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뜻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올들어 남이섬 소유주인 경춘관광개발이
노래박물관 건립에 써달라며 부지 1만평을 내놓아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섰다.

그는 "가요사에 큰 획을 그었던 인물들이 아직 생존해 있어 다행"이라며
"내년에 노래박물관 법인을 설립해 전시자료와 사료를 수집, 조사해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또 2002년 박물관 건립을 목표로 1백억원 기금모금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는 기업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박물관이라고 해서 옛날의 트로트와 포크음악의 유물만 전시하는
곳으로 만들지는 않을 생각이다.

"한국 대중음악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노래를 통해 우리 민족의 심성과
정서를 되새김질 해보는 장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10대들도 많이 찾을 수
있도록 재미있는 테마파크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는 최근 포크음악에 대한 향수가 다시 일고있는 데 대해 "아직도 포크음악
을 좋아하는 팬들이 있구나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면 안될 일"이라고 충고한다.

10대들이 열광하는 음반 옆에 있어도 빛이 바래지 않도록 "미래를 향해 젊게
달려가는 힘"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백천씨의 음악인생은 중앙고 시절 밴드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군군악대원으로 계속 악기를 다뤘고 대학시절(서울대 영문과) 군악대
동기들로 구성된 밴드로 미8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64년부터 7년동안은 옛 동양방송에서 쇼PD를 하며 음악에 묻혀 살았다.

그 뒤 음악평론 공연기획 프리랜서MC 등으로 다양한 활동력을 보여주었다.

< 장규호 기자 seini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