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분 농도가 높은 간척지나 척박한 토양에서도 꿋꿋하게 자랄 수 있는
작물을 생산기술이 개발돼 국내 농민들과 해외 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기술을 더 발전시킬 경우 버려진 땅은 물론 물 한방울 없는 사막에서도
농작물을 기를 수 있게 된다.

다음 세기에 닥쳐올 식량위기에 대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염분에 강한 내염성 감자를 개발한 농촌진흥청 산하 농업과학기술원의
변명옥 박사와 정미정 박사는 벼에도 이 기술을 적용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비닐하우스에서 기르는 다른 작물에도 내염성을 심는 실험도 벌이고 있다.

이 기술의 핵심은 느타리버섯균 등에 들어있는 GPD라는 유전자를 분리해
다른 식물에 옮겨 심는 것.

이 유전자는 나트륨 칼슘 등 염분에 저항하는 물질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 유전자를 다른 작물에 정착시켜 내염성을 높이는 것이다.

내염성을 가진 작물은 바닷가의 노는 땅이나 간척지, 비료나 농약으로
작물을 키우는 비닐하우스 안에서도 잘 자라게 된다.

비닐 하우스 안의 토양은 자연의 비를 맞지 못해 오래되면 염분 농도가
높아져 못쓰게 된다.

변 박사는 "비닐하우스에서 기르는 고추와 상추에 내염성 유전자를
집어넣기 위해 대학 산업체 등과 공동연구에 착수했다"며 "유전자를 이식시킨
후 3년 정도 지나면 고추와 상추도 내염성이 강한 품종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진청은 내염성 감자 개발을 토대로 2차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우리 국민의 주곡인 벼에 GPD 유전자를 심어 염류와 가뭄에 잘 견디는
벼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GPD 유전자는 염분 뿐 아니라 가뭄에도 잘 견디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이 성질만을 강화시키는 기술이 개발될 경우 사막에 가까운 건조한
땅에서도 온갖 작물을 생산해 낼 수 있게 된다.

이 기술의 산업적 활용도가 높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외국의 생명공학
관련 기업체와 대학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국제식물학회 연례 총회에서 내염성 감자
연구내용이 발표되자 일본의 생명산업 회사인 바이오텍은 변 박사의 연구내용
을 집중조사했다.

플로리다학의 분자생물학과는 별도의 세미나를 요청하기도 했다.

농업과학기술원의 류진창 분자유전과장은 "내염성 작물의 경제적 효과는
막대하다"며 "척박한 간척지에서도 벼와 감자를 이모작으로 기를 수 있어
농가소득 증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쓸 수 있는 간척지가 75만평에 달하며 이중 10%에만 감자를 심어도
연간 5천2백50억원의 소득이 생긴다는 게 농업과학기술원의 분석이다.

북한과의 농업 교류에도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북한의 토양은 수분이 적고 염류 농도가 높아 내염성 작물을 재배하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이번에 개발한 내염성 감자를 북한에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강창동 기자 cdka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