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21세기, 도전의 시대가 오고 있다. 세계 각국은 앞다투어 새로운
세기를 맞기 위한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8, 9일 이틀간 서울 소공동 호텔롯데에서 열리는 "대토론, 새천년의
국가비전과 전략" 세미나의 화두는 이렇게 시작된다.

우리의 아들 딸과 손자 증손자 고손자뿐만 아니라 5백년, 1천년 후 우리와
얼굴모양마저 달라져 있을 후손들의 삶을 그리는 작업이다.

"천년의 밑그림"인 셈이다.

이번 토론회는 사회 모든 분야의 미래상을 그렸다.

오늘 내일 일어날 일도 예측할수 없을 만큼 빠른 세상이어서 미래상을
그린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여기에 동원된 학자들도 기존 사고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40대
초중반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국내에 내로라 하는 개혁성이 강하고 전문성이 높은 학자들이다.

눈여겨 볼 것은 이번 토론회에서 제기된 문제들이 말잔치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정책기획위원회측은 이 자리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 정리해 이달말쯤 대통령
께 종합보고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이들중 상당부분은 국가정책에 직.간접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동안 관성으로 이뤄져온 국가행정을 원점에서 되돌아보고, 예산집행의
적절성만을 따졌던 정책평가 기준이 미래쪽에 많은 무게를 둘 것으로 예상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에 거론된 일부 제안은 대통령의 의견과 또다른 학자들의 추가적인
검증을 거쳐 국가정책으로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새천년엔 현재의 실리콘벨리가 "카본(탄소)벨리(CARBON VALLEY)"로 불릴
것이라는 주장이나, 한국을 동북아시아의 허브(Hub)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우리의 과제이다.

특히 반도체 소재의 대명사인 실리콘을 대신하여 21세기에는 카본이 핵심
소재로 자리잡을 것이란 주장과 함께 이에 대비, 카본밸리를 구축하자는
주장은 우리 산업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주는 대목이다.

또 한/중/일 3국이 참여하는 동북아 자유무역지대(FTA) 추진, 광양항/서남축
을 포함한 ''2축 2항 체제'' 국토개발, 21세기 네트워크형 중소기업 발전,
정보통신분야 고용증대, 농산물 유통경로 다양화 등 신선한 의견들이 제안
됐다.

각 분야의 지속적인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어우러지면 단번에 세계의 중심에
우뚝설 수 있는 비전들이다.

이를 위해 다원적 민주주의와 역동적 시장경제, 협력적 공동체사회, 창조적
지식정보국가, 아시아 중추국가 등 5가지 비전이 특히 눈길을 끈다.

또 고려대 임혁백 교수가 제시한 ''글로벌 혁신 한국 21'' 10대 전략도
돋보디는 부문이다.

임 교수는 그 방안으로 <>생산적 화합정치 <>지속적 경제개혁 <>생산적
복지체제 <>공생적 환경공동체 등 10가지를 상세히 소개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자리에서 제기된 각종 비전들이 쉽게 달성될 수 있을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이다.

오랜 유교문화의 전통이 우리 주변에 남아 있고, 부정부패의 관행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미래로 달려 가려는 "기차"에 제동을 거는 요인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토론회의 결과가 단발성이 아닌 장기적 과제로 추진되어야만 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 김영근 기자 yg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