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보험사인 대한생명보험이 파생금융상품 거래에 따른 손실 8천7백만달러
를 놓고 미국 금융그룹 JP모건과 국제소송을 벌이기로 했다.

이에따라 지난달 SK증권과 JP모건의 화해로 사실상 종결되는 듯했던 한국
금융기관과 JP모건간의 국제분쟁이 다시 법정판결을 향해 치닫게됐다.

특히 대한생명이 금융감독원 및 예금보험공사의 지휘 아래 있어 이번 소송의
실질적인 주체가 한국 정부 및 금융당국이 되는 셈이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생명은 이달 중 한국과 미국법원에 JP모건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청구소송"을 낼 계획이다.

대한생명측은 지난 3월 금융감독원의 직접 관리를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소송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생명은 지난 97년 1월 인도네시아 라부안에 모닝글로리라는 이름의
역외펀드(offshore fund)를 설립했다.

이 펀드는 설립자본금이 거의 없고 직원이 한 명도 없는 서류상 회사였다.

대한생명은 모닝글로리 이름으로 JP모건으로부터 2천5백만달러를 1년간
차입했다.

차입방식은 당시 JP모건이 한국금융기관들에게 즐겨 사용하던 파생금융상품
토탈리턴스왑(TRS)을 택했다.

TRS는 빌린 돈의 상환금액이 태국 바트화 환율변화에 따라 달라지도록 돼
있는 거래방식이다.

이 거래에 대한 보증은 외환은행이 섰다.

차입금 만기인 지난해 1월 수년간 환율변화가 거의 없었던 바트화는 절반
정도로 평가절하됐다.

이에 따라 TRS에 따른 상환금액은 원금의 3배가 넘는 8천7백만달러로 늘어
났다.

대한생명은 SK증권 등 비슷한 거래를 했던 다른 한국금융기관들과는 달리
소송을 택하지 않았다.

만기를 1년간 연기해달라고만 했다.

JP모건은 동의했고 현재 대한생명은 8천7백만달러를 내년 1월30일까지 JP
모건에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생명은 "JP모건은 거래 당시 금리가 매우 낮은데도 위험은 크지 않다
면서 TRS거래의 위험성을 알려주지 않았다"며 "실제로는 차입자가 엄청난
환율변동위험을 짊어져야 하는 거래인데도 JP모건은 국제금융 사정에 어두운
한국금융기관을 속였다"고 주장했다.

대한생명은 JP모건과의 거래는 일종의 사기 거래에 해당된다며 내년 1월
차입금 만기가 돼도 돈을 갚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또 한국 서울지방법원과 미국 뉴욕주법원에 소송을 낼 계획이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대한생명은 1백% 정부 소유이고 이제까지 금융감독원의
직접지휘를 받아온 국영보험사"라며 "이번 소송은 한국 정부와 금융당국이
JP모건과 싸움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와 감독당국에 있는 사람들은 JP모건이 정당치 못한 일을 했다고
분명히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 김인식 기자 sskis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