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이 뿜어내는 밤의 열기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7일 새벽 2시.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심야쇼핑"을 즐기러 나온 외국인들
이 동대문 밤의 한편을 차지하고 있다.

"수학여행 왔어요, 하라주쿠거리보다 사람이 많고 더 화려한것 같아요"
(일본 고교생 유미코양.18)

"친구소개로 왔어요. 지난달에 친구가 동대문에 왔었거든요"(일본관광객
나오미씨.27)

떠밀리다시피 매장을 옮겨 다니면서 올빼미 쇼핑을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들
은 일본인만이 아니다.

러시아, 대만, 동남아, 조선족 상인까지 동대문을 찾고 있다.

"9월부터 한달에 한번 꼴로 동대문에 들릅니다. 최근 길림성 훈춘시에
국제무역상업센터라는 곳이 생겼는데 그곳에 동대문 물건을 대량납품하고
있지요"(조선족상인 김상훈.35)

최근 동대문 물건이 외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외국 보따리상들의 씀씀이
역시 커지고 있다.

"지난달부터 매출액의 30% 이상을 대만, 일본상인들이 올려주고 있어요.
내수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수출에 주력하려는 도매상인들이 점점 늘고 있죠"
(용경중 "보우" 사장, APM 쇼핑몰)

용 사장은 최근 동대문 동부상권의 도매상인들이 중심이 돼 한국무역협회
산하단체인 동대문구매안내소와 협력관계를 강화해 나가는 것 역시 외국인
보따리상들을 고정고객으로 잡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특수는 쇼핑몰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동대문 인근에 있는 호텔 역시 밀려드는 외국인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동대문 인근 D호텔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투숙율이 60%를 넘지
못했지만 요즘은 일본인 상인들을 중심으로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주말에는
빈방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 최철규 기자 gra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