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를 변형시킨 콩으로 만든 두부는 과연 안심하고 먹어도 좋은가, 또는
절대 먹어서는 안 되나.

이 문제를 놓고 소비자보호원(소보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의 발표가
사실과 다르게 전달됨으로써 국민들이 헷갈리고 있다.

시판 중인 두부 22종을 검사한 결과 82%인 18종에서 유전자변형(GMO) 콩의
성분이 나왔다는 보도자료를 소보원이 내놓자 식약청은 그 원료로 쓰인
미국산 콩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에서도 안전성이 입증돼 시중 유통이
허용된 대표적인 GMO 농산물이라고 발표했다.

콩과 이를 원료로 만든 두부에서 GMO 농산물의 검출방법을 국내 처음으로
개발했다는 소보원의 발표가 해당 두부가 유해하다는 것처럼 와전되자 환경
단체는 식품생산 업체 앞에서 항의집회를 갖고 전량 수거해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식약청이 안전하다고 발표했고 생산업체는 신문광고를 통해 자사
제품은 국산 콩으로만 만들고 있고, GMO 분석방법은 공인된 것이 없다며
소보원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한 뒤 공개적인 분석을 제안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

GMO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논란만 지속될 뿐 확실한 결론이 내려지지는
않았다.

지금도 수출국인 미국과 수입국인 유럽연합(EU)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EU에 유해하다는 증거를,반면 EU는 미국에 안전하다는 증거를
내놓으라고 각각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EU는 지난 해 9월부터 GMO 농산물과 가공식품에 대해서는 그 사실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했고 일본도 오는 2001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해서 결코 안전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오히려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도 최근 GMO 농작물의 재배가 늘어나며 어떤 농약에도
죽지 않는 슈퍼 잡초의 출현 등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처럼 GMO 농산물의 보급이 늘어날 경우 연구진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생태계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로 국민들이 혼란에 빠지게 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 해프닝을 계기로 우리도 EU나 일본처럼 가공식품에 대해 선진국과 같은
표시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

소보원이 개발한 기술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을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한편 GMO 성분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먹거리의 문제는 후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만큼 중차대하다는 점을 확실
하게 인식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