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트 와드 <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 교수 >

하이테크 산업에서 싼 가격에 기능이 탁월한 제품이 과연 성공을 보장하는가

많은 기업인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하지만 시장 현실은 어떤가.

어떤 제조업체가 오늘 최고의 "용량과 속도"를 자랑하는 제품을 내놓는다면
경쟁업체는 내일 당장 그보다 나은 성능의 제품을 싼 가격에 내놓을 것이다.

하이테크 산업에서 가격과 성능은 게임에 참가하기 위해 필요한 "판돈"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하이테크 기업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그 핵심요소중 하나가 브랜드다.

소비자들은 구매과정에서 각자의 생각과 가치및 필요에 따라 가격과 성능을
평가한다.

이성적인 판단은 가치를 극대화하는 의사결정을 말한다.

그러나 가치는 가격과 성능이라는 객관적인 데이터외에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기호로서 주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콧대높은 MBA학생은 저렴한 브랜드 대신 성능은 비슷하지만
비교적 가격이 비싼 휴렛팩커드 계산기를 구입한다.

브랜드를 흔히 로고나 상표와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브랜드는 그 이상이다.

제품이나 서비스 또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신뢰성있는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보여주는 주체다.

브랜드는 제품이 품질면에서 경쟁기업에 뒤처지거나 판매망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애플컴퓨터를 더 이상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을 본적이
있는가.

애플컴퓨터는 판매실적이 부진하고 경쟁업체들이 앞다퉈 신제품을 내놓을
때도 상당한 추종자들로부터 높은 애호도를 누렸다.

애플컴퓨터는 소비자들의 신뢰도에 보답하기 위해 마케팅및 제품개발 전략을
재구축했고 그 결과는 아이맥(iMac)의 인기로 되돌아왔다.

브랜드의 가치는 브랜드가 시장에 미치는 강도를 측정해보면 알 수 있다.

브랜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 고객의 안정성, 기술변화에도 수요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계산해보면 IBM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휴렛팩커드의
기업가치가 드러난다.

하지만 하이테크 시장에서 이러한 독특한 가치를 제공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이유는 경쟁업체들이 모뎀의 속도나 메모리 용량 등을 순식간에 모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신뢰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가치있는 목표임에는 틀림없다.

애플컴퓨터의 "간단하고 사용하기 쉽다"는 독특한 가치는 기업의 생명주기를
연장시키는 핵심자산이다.

인터넷 브라우저 부문에서 한동안 지배적 위치를 갖고 있던 네스케이프사를
생각해보자.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던 이유가
브라우저를 윈도 소프트웨어에 내장시킨 때문만은 아니다.

네스케이프가 독특하고 신뢰성있는 브랜드 가치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이테크기업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경영자는 거의 기술분야에서만 자라온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마케팅은 단지 판매하는 것이고 브랜드 관리는 광고캠페인이나
슬로건 정도라고 생각한다.

강력한 브랜드를 개발하고 유지하겠다는 아이디어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브랜드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경영자세가 제품 중심에서 사업모델로
전환돼야 한다는 점이다.

< 정리 = 이심기 기자 sgl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