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국가채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여당이
"균형재정 조기회복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주요내용은 앞으로 세계잉여금은 의무적으로 모두 재정적자축소와 국가채무
상환에 사용하도록 하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추경예산 편성을 금지하며
예산증가율을 명목경제성장률보다 낮게 해 균형재정 회복시기를 오는 2004년
으로 앞당긴다는 것이다.

이미 위험수위를 넘은 국가채무를 생각하면 특별법 제정은 당연한 일이다.

올연말까지 중앙정부 채무만 94조원, 지방자치단체 채무까지 합치면
1백10조원이 넘어 IMF체제 이전에 비하면 거의 두배나 증가한 셈이다.

올들어 경기회복 속도가 기대 이상으로 빨라 국가채무나 재정적자가
예상보다 덜한 편이지만 여전히 걱정을 떨쳐버리기 어려운 형편이다.

한예로 각종 연금의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데다 외국에 비해 사회복지도
낙후돼 있어 막대한 재정수요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지식기반경제 구축 등 우리경제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자금수요도 엄청나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번 재정상태가 악화되면 여간해선 호전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69년부터 적자재정이 시작돼 30년이 지난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재정으로 돌아섰으며 일본과 영국은 지난 70년과 90년이후 지금까지
적자재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점에서 우리는 특별법 제정을 환영하지만 법만으로 국가채무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건전재정의 실현은 제도정비 못지 않게 강력한 실천의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부처이기주의가 심하고 지방자치 역사가 짧은 우리경우 재정적자
축소라는 총론에는 찬성하지만 막상 자신이 예산삭감을 당하면 반발하는
일이 많다.

게다가 선거가 가까워지면 정부나 국회 모두 정치논리에 휩쓸려 각종 편법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또한가지 지적할 점은 균형재정 자체에만 집착할 경우 정부조직을 축소해
인건비 같은 경직성 지출을 줄이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손쉬운 투자지출
삭감을 택해 중장기적으로 우리경제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킬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제침체에 따른 조세수입 감소로 인해 결과적으로 국가채무
해결이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끝으로 재정의 경기조절기능을 확보하기 위해 경제성장률이 일정수준 이하인
경우에는 특별법 적용을 배제한다는 단서를 달은 것은 특히 우리경제 처지에
서는 당연하지만 어느 선을 기준으로 하느냐는 점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정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