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하는 사람.

약세장이 계속될 때 일부러 먼길을 돌아 출퇴근하는 "ㄷ자 인생"의
주식브로커를 두고 하는 말이다.

최근 증시활황으로 억대의 성과급을 받는 브로커도 있지만 아직 흑자로
돌아서지 못한 사람도 숱하다.

주식시장의 3대 축이면서도 정당한 평가를 받고 있지 못 한 브로커.

우리 주식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도 이제 브로커는 하나의 전문직업인으로
자리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현직 증권부 기자가 쓴 "브로커? 주식브로커!"(홍찬선 저, 현대미디어,
1만2천원)는 최초의 브로커 복권서라 할 수 있다.

증권가의 전투병이자 주식 자본주의의 전도사인 브로커들이 어떻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그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사실 브로커의 활동은 최근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투자신탁을 비롯한 기관과 외국인이 증시를 주도하면서 부터다.

TV나 신문지면은 펀드매니저들로만 채워지고 있다.

그러나 성과급을 포함한 보수로 따지면 펀드매니저를 능가하는 브로커들이
아직도 많다.

저자는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것에 관계없이 시장규모가 커지면 브로커들의
비즈니스는 잘된다고 한다.

펀드매니저에게 시달림을 당하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지만
브로커를 그만두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브로커의 새로운 영역도 개척되고 있다.

내년부터 도입될 예정인 랩어카운트(wrap account)는 브로커에게
펀드매니저로서의 역할을 더욱 요구할 것이다.

랩어카운트란 고객이 증권사에 주식매매를 일임하면서 주식외에 채권
수익증권 등도 매입해 적정한 포트폴리오를 이루게 하는 투자방식.

한 마디로 브로커는 이제 "종합예술가"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저자는 브로커와 펀드매니저의 관계도 질적으로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리서치없이 약정없다", "신발값에서 리서치의 대가로", "마당쇠에서
가정교사로" 등으로 브로커의 대펀드매니저 영업전략이 변하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뮤추얼펀드와 주식형 수익증권의 수익률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눈도장 찍는
브로커보다 정보를 제공하는 브로커를 펀드매니저들이 더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전한다.

이제는 상하관계가 아니라 상부상조하는 공생관계가 되고 있다는 말이다.

전국 2만여명에 달하는 브로커들의 다양한 영업전략과 방법을 소개한 이
책은 브로커와 끈끈하게 연결된 주식투자자들에게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 장규호 기자 seinit@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