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CP(Contents Provider) 사업 열풍이 일고
있다.

새로운 ''골드 러시''로 불릴 정도다.

아이디어만 좋으면 큰 돈을 벌 수 있다.

별로 자본을 들이지 않더라도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실제로 ''황금''을 캐내고 있는 CP 사업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뛰어난 콘텐츠를 갖고 있어도 돈받고 팔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
이다.

전자상거래의 일반적 지불방식인 신용카드결제나 계좌이체 방식은 한계가
있다.

디지털 콘텐츠의 값이라야 한건당 몇십~몇백원 정도의 소액단위여서 카드
결제가 쉽지 않다.

또 기본적으로 인터넷사용자들이 개인정보 유출을 불안해 한다.

무엇보다 콘텐츠의 최대 수요층인 청소년들은 대부분 신용카드가 없다.

광고유치나 회원확보를 통해 돌파구를 찾아보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고 수익을 낼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한정된 네트워크공간인 PC통신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IP(Information
Provider)들이 무한대의 사업영역인 인터넷에 선뜻 진출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난제를 일시에 풀어줄 해결사가 등장했다.

대기업 출신의 30대 엘리트들로 구성된 인터넷 벤처기업 이코인이 개발한
전자상거래 소액결제시스템인 "이코인"이 그것이다.

이코인은 "전자 돈"(Electronic Currency)이다.

공중전화카드나 백화점 선불카드같은 정액 선불카드로 만들어진다.

PC방 서점 편의점 은행 음반점 비디오대여점 등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이용방법도 간단하다.

즉석복권처럼 카드 뒷면의 은박지를 벗기면 고유번호가 나타난다.

이코인 로고가 표시된 인터넷사이트에서 콘텐츠를 구매(다운로드)한 다음
고유번호를 입력하면 카드에서 해당 금액이 빠져 나간다.

5천원권 이코인카드를 구입해 9백원짜리 MP3 파일을 내려받으면 4천1백원의
잔고가 남게 되는 식이다.

종전의 소액결제 시스템처럼 전자화폐인증과 암호화를 위해 번거롭게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대금결제를 위해 개인정보를 인터넷에 노출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해킹이나 정보유출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1원단위까지 결제가 가능한데다 5천원권 1만원권 2만원권으로 발행돼
잃어버려도 피해가 적다.

대금결제는 은행이나 신용카드 회사를 거치지 않고 이코인 서버에서 원스톱
방식으로 처리돼 정산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코인의 4인방인 김대욱(35) 대표 오세우(33) 실장 백남헌(33) CP실장
김송(33) 마케팅실장은 모두 학교 선후배 사이다.

이들은 모두 콘텐츠 분야에서 일했던 전문가들이다.

김 대표는 LG반도체에 근무하면서 반도체관련 IP와 CP를 운영했었고 오
실장은 삼성전자에서 MP3 서비스사업을 담당했다.

백 실장은 컴퓨터정보 IP인 "C프라이스" 운영으로 업계에서 이미 알려져
있는 인물.

김 실장은 LG-LCD에서 게임 등 멀티미디어콘텐츠의 유통을 맡아 왔다.

이들은 올초 "CP가 되려면 무엇보다 소액결제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
는 공통된 문제의식을 가지고 뭉쳤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사례를 연구하고 열띤 토론 끝에 "이코인" 방식이
가장 편리한 수단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지난 4월 회사를 설립했다.

이코인은 오는 20일 시범서비스를 시작하고 12월초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에
들어간다.

성공의 관건은 인터넷사용자가 시중에서 얼마나 쉽게 이코인카드를 구입할
수 있고 얼마나 많은 사이트에서 사용할 수 있느냐는 것.

이코인은 현재 포털사이트인 드림위즈, 인터파크의 디지털판매사이트,
삼성전자의 음악판매사이트인 "M4 you", 게임사이트인 넷게임, 만화사이트
"코믹테러" 등 40여개 사이트와 가맹점계약을 맺었다.

또 평화은행, 5천여곳의 인터넷PC방, 5백여개의 서점, 편의점 등을 카드
판매처로 확보했다.

이코인은 이달에 1천원권카드 1백만장을 무료 배포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이코인 상용화로 잠재고객이던 청소년들이 실수요자로 흡수되고
CP들이 질 높은 유료콘텐츠 개발에 전력할 수 있어 인터넷콘텐츠시장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코인은 2000년 1백70억원, 2001년 5백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판매대금은 CP 70%, 판매처 15%, 이코인 15%로 배당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사업이 활성화되면 CP에 판매수익의 90%가 돌아가도록 할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코인은 전세계 인터넷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미국 일본 기업들과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중이며 중국 대만 싱가포르
쪽과도 접촉중이다.

"이코인을 인터넷 소액결제의 세계기축통화로 만들 것"이라고 말하는 김
대표는 야심만만하다.

< 송태형 기자 toughlb@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