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빈 토플러와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며칠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에게 느닷없이 이런 전화를 받았다.

앨빈 토플러의 책을 번역했던 한국경제신문사에는 연락 방법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다급한 그의 뇌리를 스쳤다고 했다.

그는 내년 3월중으로 계획된 APEC(아.태경제협력체) 서울포럼에 참석할
해외인사를 섭외중이었다.

섭외대상에는 조지 소로스나 미국의 유명 투자회사 임원들도 망라돼 있다.

그는 원래 6월로 예정된 행사일정이 갑자기 앞당겨지는 바람에 해외인사
섭외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해외 유명 학자 정도면 1년 정도 시간을 두고 접촉해야 될까말까라는 게
이유.

재정경제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오는 12월 국제세미나를 열기 위해
준비중이다.

IMF 구제금융 이후 경제위기 극복 성과를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각이 세미나
의 주제다.

조만간 세미나에 참석할 해외 학자와 국제기구 관계자가 확정될 것이라는 게
재경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KDI 관계자는 "한국경제에 대한 깊은 이해도 없는 외국학자들에게서
건질 게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급조된 세미나의 "질"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지난달 초 경제개혁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던 산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최악의 위기를 극복해낸 정부의 성과를 국민들이 너무 몰라
준다"는 게 세미나를 열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연말과 내년 초에 있을 이런저런 국제행사 준비로 국책연구기관들이
분주하다.

외환위기 극복과정을 점검하고 향후 정책에 참고할 만한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게 각종 국제세미나를 여는 취지다.

물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집중적인 정권홍보에 국책연구기관이 동원되고
있다는 의혹의 시선을 피하기는 어렵다.

연구기관 내부의 반응도 냉소적이다.

"경제지표들이 관료들을 오만에 빠뜨리는 것같아 안타깝습니다. 올들어
연구기관을 대하는 정부관료들의 태도가 많이 변했어요"

국책연구기관 한 연구위원의 말이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연말과 내년초 해외 저명 인사들이 내한해 한국경제에
대해 한마디씩 하고 돌아갈 예정이다.

외환위기 2년만에 달라진 "눈부신" 경제지표들이 그들의 코멘트에 포함된다
면 국제세미나의 목적이 달성된 것일까.

< 박민하 경제부 기자 hahah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