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리(FRB)의 추가 금리인상 여부를 둘러싸고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28일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이 미국내 주요 대기업 경영진 모임에서 행한
연설내용을 놓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추가 금리인상에 대해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시각에 따라 금리인상 의지로 볼 수도 있고 또는 그 반대로도 해석할 수
있는 묘한 발언을 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그동안의 인플레 억제효과가 이미 상당수준
진전됐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불필요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생산성 향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생산성 증가->수익증대->투자 및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지속돼
낮은 물가속에서 높은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또 최근 미국 장기금리가 크게 오른 것도 경기과열과 인플레 압력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내달 16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에서 FRB가 금리를 추가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경기지표상으로 아직 물가압력이 높지 않은 것도 이런 시각의 배경이 되고
있다.

28일 미 상무부는 지난 3.4분기 경제성장률이 2.4분기(1.6%)보다 3배나
높은 4.8%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노동부는 이 기간중 고용비용지수(ECI)상승폭은 0.8%로 2.4분기(1.1%)보다
둔화됐다고 밝혔다.

물가상승 척도로 활용되는 국내총생산(GDP)디플레이터도 0.9% 높아지는데
그쳐 98년 1.4분기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높은 성장에도 불구 인건비 상승률이 오히려 낮아져 우려했던 인플레 압력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금리 추가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지표상으로 당장 인플레 압력이 높지 않다 하더라도 예방차원에서 금리를
더 올릴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생산성 증가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는 없다"면서
"생산성 증가가 주춤해질 경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생산성 증가세가 주춤해지고 소비증가율이 더 높아지면 곧바로 물가압력이
나타날 것이라는 경고성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구나 "높은 생산성을 감안하더라도 미국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웃돌고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여 그린스펀 의장이 금리인상쪽으로 기울고
있는듯한 인상도 없지 않다.

해리스 몬트리얼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살 과티에르는 "강한 소비지출
과 세계경제 회복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우려 때문에 FRB가 내달 FOMC회의
에서 금리를 올리게 될 것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린스펀의 이날 연설 내용만으로는 FRB가
추가금리 인상을 단행할지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면서 FOMC회의까지 나올
각종 경제지표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금리인상의 큰 변수가 될 10월 실업률은 내달5일 발표된다.

한편 그린스펀의 이날 연설은 미 증시가 폐장된 뒤에 이뤄져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 박영태 기자 py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