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개봉됐던 영화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는 영화배우 르네 루소와
피러스 브로스넌의 멋진 연기도 좋았지만 주인공들의 화려한 의상과 소품,
보석이 무엇보다 관객의 눈길을 끌었다.

재산이나 사회적 지위로는 누구도 부럽지 않은 매력적인 남성이 주인공으로
설정된 만큼 영화 의상과 소품을 세계 최고급 브랜드로 꾸몄던 것이다.

여주인공의 옷은 에르메스와 셀린 제품이었으며 남자 주인공이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선물한 목걸이는 불가리였다.

명품 브랜드의 스크린 나들이는 심심치 않게 이뤄진다.

특히 상류사회 배경의 영화에서는 명품급 제품들이 또 다른 주인공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샤론 스톤과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영화 "카지노"를 본 사람들은 마피아
실력자의 정부로 분한 샤론 스톤이 호화로운 보석을 보며 즐거워하는 장면을
어렴풋이 기억할 것이다.

그 보석들 모두가 불가리였다.

패션쇼의 무대 뒷 이야기를 다룬 "프레타포르테"에서 소피아 로렌은 불가리
의 목걸이를, "데빌스 에드버킷"에서 알 파치노는 이 브랜드의 크로노 시계를
착용했다.

마릴린 먼로 주연의 "7년만의 외출" 중 먼로의 흰색 원피스 스커트가 지하철
역 통풍구 바람에 날리는 장면은 영화사 명장면을 논할때 빠지지 않는다.

이때 그녀의 각선미를 살려줬던 샌들이 바로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그녀를
위해 디자인한 구두였다.

그외에도 당대 유명스타들이 출연했던 "왕중왕" 등 많은 영화에서 페라가모
구두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페라가모는 아르헨티나의 퍼스트 레이디였던 에바 페론과의 인연으로 영화
"에비타"에도 협찬했다.

영화에서 에바 페론으로 분한 마돈나는 불가리 브로치를 달고 페라가모
구두를 신었다.

이때 등장한 14켤레 신발 전부가 고증을 거쳐 당시와 똑같은 소재와 기술로
제작한 것이라고 페라가모측은 설명했다.

작년에는 드류 배리모어가 주연한 "에버 애프터"로 화제가 된 신데렐라
슈즈를 만들기도 했다.

유리구두가 아니라 비단위에 크리스털로 수를 넣은 신데렐라 슈즈는 싯가
4백여만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도 주문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올해 제작된 영화중 페라가모 제품을 찾아볼 수 있는 작품으로는 에디 머피
가 구두를 신고 나온 "보우핑거"와 마이클 만, 러셀 크로, 알 파치노가 이
브랜드의 의상과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출연한 "인사이더"등이 있다.

이외에도 내년 베를린 영화제에 출품될 예정인 "더 밀리언 달러 호텔"에서는
멜 기브슨과 밀라 요요비치가 페라가모 구두와 넥타이를, 로버트 드 니로와
르네 루소가 목소리 출연을 하는 애니메이션 "더 록키 앤 불윈클 무비"에서는
비행선 뒤쪽에 매달린 페라가모 핸드백을 목격할 수 있다.

이처럼 페라가모가 할리우드와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면 샤넬은 철저히
프랑스적이다.

샤넬의 영화의상 참여는 감독과 친분 때문이었다.

루이 말 감독의 "연인"과 바댕 감독의 "위험한 관계"에서 여배우 잔 모로의
의상, 알랭 레내 감독의 "마리앵바의 지난해"에서 델핀 세리그의 의상을 맡는
등 주로 누벨바그 영화에 참여했다.

샤넬은 특이하게도 마드모아젤 샤넬 생전에 그녀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이
공연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지난 69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코코"라는 제목으로 샤넬의 일생을 다룬
뮤지컬이 공연됐는데 배우 캐서린 헵번이 주연을 맡았다.

샤넬은 마지막으로 참여했던 자크 드레 감독의 "찬물 속 이 한줄기 햇빛"의
개봉을 보지 못한 채 파리에서 71년 1월10일 세상을 떠났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