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기업하면 으례 떠오르는 업종이 있다.

패션이나 디자인 또는 소프트웨어 등이 그것이다.

시멘트 가루나 화학원료와 같은 분체를 옮기고 저장하는 분체공정 시스템
공급업체를 여성이 경영한다고 하면 일단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그것도 무려 15년 이상 한우물만 팠다고 하면 믿을 수 있을까.

대경분체 이경숙(47) 사장에게서 프로의 향기가 나는 것은 그의 고집스런
이력 때문이다.

그는 한국의 공장에 "파우더 플로우 에이드 시스템(분체흐름 지원시스템)"
이란 용어를 처음 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그가 처음부터 분체공정 전문가였던 건 아니다.

숙명여대에서 아동복지학을 전공한 이 사장이 기업가의 길을 걷게 된 때는
지난 83년.

2명의 딸을 둔 주부로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끼"가 발동했던 것.

주위의 추천을 통해 분체공정시스템을 접하게 됐다.

당시만 해도 생소한 개념이었지만 이 사장은 3D업종의 환경 개선에 기여함
으로써 환경이 중시되는 미래에는 부가가치가 높은 아이템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섰다고 한다.

비용과 인력이 적게 드는 점을 감안, 오퍼상으로 시작했다.

외국산 시스템을 수입하는 일이었다.

시스템을 설치하고 사후서비스를 해주며 기술력을 쌓아갔다.

88년엔 제조업에까지 본격 뛰어들었다.

분체공정 시스템에 들어가는 노커(knocker) 등 단품을 제조하기 시작한 것.

30여개 아이템을 국산화했다.

IMF한파로 움츠러들었던 경기가 차츰 회복세를 보이면서 최근들어 주문이
몰리고 있다.

올들어 12억원어치를 수주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 최근 3개월동안에 거둔
실적이다.

연말까지는 2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이 사장은 전망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14억원이었다.

이 사장이 그렇다고 외형을 키우는 데 매달리는 건 아니다.

안정적인 수익을 더욱 중시한다.

적정마진이 나지 않고 납기를 맞추기 힘들 때는 과감히 포기한다.

"모든게 열악했어요"

이 사장은 분체공정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회고했다.

사일로(용기)에 붙은 분체를 떼어내기 위해 해머로 치던 시절의 얘기다.

지금은 분체부착을 막는 노커 시장의 최대업체로 우뚝 섰다.

물론 여성으로서 겪은 애로도 적지 않았다.

바이어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고 전화를 걸어온 바이어가 ''사장''을 바꿔
달라고 한 적도 많았다.

이 사장은 그런 것은 참을 수 있었지만 일부 직원이 퇴직후 모방제품을
만드는 통에 배신감을 느낄 때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그는 휴머니스트다.

직원들과의 공동체 의식을 유난히 강조하는 것도 그래서다.

이 회사 직원들은 사장이 해주는 밥을 먹을 때가 잦다.

식당 아줌마가 따로 없이 여직원과 사장이 돌아가면서 밥을 짓고 있는 것.

"직원들은 빛나는 구슬이고 제 역할은 이들을 꿰어서 작품을 만드는 것"
이라는 최고경영자의 인식이 이 회사의 단결력을 키우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 사장은 일본 EXEN사의 기술제휴로 개발한 노커에 대해 내구력 등의
테스트에 합격, OEM(주문자상표부착 생산)수출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역수출할 단계에까지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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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