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계열사 주가가 "증자"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현대전자가 7천2백50억원을 증자를 발표한 다음날인 28일 현대계열주는
고전을 면치못했다.

종합주가지수가 30포인트이상 오른데 힘입어 막판에 상승세를 타긴했지만
장중내내 약세를 면치못했다.

상승세가 확산되면서 간신히 "왕따"를 모면한 셈이다.

사실 현대그룹주의 잇단 증자에 대한 이날 증시의 반응은 곱지않았다.

장중 20포인트 이상 지수가 오를 때 현대그룹 계열사주식은 대부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현대전자는 장중 1만8천6백원까지 하락, 지난달 22일 고점(4만3백원)보다
54% 이상 떨어지기도 했다.

현대상선 현대상사 현대정공등 대부분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수상승세를 타려는 매수세가 아니었으면 "망신"을 당할 뻔 했다.

증시가 현대그룹주에 좋지않은 반응을 보이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현대그룹이 연말까지 증자를 통해 증시에서 끌어들일 자금은 11조2천억원
가량이다.

이는 거래소에 상장된 전체 기업들이 조달할 자금규모의 3분의 1가량 된다.

증자를 실시하면 해당기업의 재무구조는 튼튼해진다.

그러나 주식수가 늘어난 만큼 주당가치는 떨어진다.

그래서 약세장에서는 "증가=악재"로 통한다.

가뜩이나 증시가 "수급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현대전자가 한달전보다 주가가 절반으로
떨어졌는데도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각 계열사들이 서로 지분을 나눠갖고 있어 증자에 참여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물론 증자참여 여부는 각 회사가 결정할 일이지만 그룹사라는 특성을
감안하면 "최소한의 성의"는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대투신의 지분 52%를 보유한 현대전자나 19%를 갖고 있는 현대증권
의 경우 현대투신의 자구계획에 참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증자에 참여해도 자산계정에 잡혀 재무구조상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납입금을 지급해야하기 때문에 현금흐름이 왜곡될 수도 있다.

또 나중에 주가가 오르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자산가치가 감소된다.

외국인들의 시선도 문제다.

외국인들은 한국기업의 문제중 하나로 "계열사 지원"을 꼽아왔다.

이 주머니에서 돈을 빼 저 주머니로 옮기는 것은 주주의 이익을 감소시키는
행위라고 비난해왔다.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증자에 참여한다면 외국인들이 곱지않은 시선을
보낼 게 분명하다"고 한 현대그룹 관계자는 "증시에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부채비율 200%를 맞추기 위해서는 다른 수단이
없다"며 "증자를 통해 각 회사의 내재가치가 높아지는 것도 시장참여자들이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조주현기자 fores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