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첫째주 목요일 아침 7시30분이면 어김없이 서울 양재동에 있는
스포츠클럽빌딩 스포타임 5층에 모이는 사람들이 있다.

김용진 대웅전기 사장, 김재기 안동기공 사장, 신석순 프라모드사장, 주순희
휴먼아트 사장, 이상업 대민건설 사장, 임국빈 극동통운 사장 등 12명의
중소기업 사장들이다.

얼핏보기엔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다.

학교 동창도 아니고 경영하는 회사의 업종도 제각각이다.

그렇다고 아침 운동을 하러 나온 스포츠클럽 회원들은 더더욱 아니다.

이들은 "고려이업종교류회" 회원들.

지난 89년 생겨 국내 이업종교류회의 효시가 된 이 교류회 회원들은 우선
2~3명의 사장들로부터 최근 회사 사정 등에 대한 5분 스피치를 듣는 것으로
회의를 시작한다.

그리고 나서 아침 식사를 하며 자유롭게 사업 정보를 주고받는다.

특히 회원중엔 B&B컨설팅의 안성묵 원장과 다산세무회계법인의 이영수
회계사 등이 있어 경영컨설팅이나 세무 회계 상담도 받곤 한다.

이런 모임이 오는 12월이면 1백회째를 맞는다.

중소기업들의 경영전략중 하나로 이업종교류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서로 다른 업종의 사장들이 경영노하우와 정보 교류, 전략적 제휴,
기술융합화사업 추진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것.

외로운 "나홀로 경영"에서 벗어나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협력경영"의
새장을 열고 있는 셈이다.


<> 이업종교류란 =서로 다른 업종의 기업들이 모여 경영노하우 기술자원
등을 주고 받음으로써 개별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활동이다.

서로의 기술과 힘을 합쳐 새로운 융합기술제품을 만드는 것도 이업종교류의
목적중 하나.

각자의 장점들을 공유함으로써 최소 비용으로 최적의 경영.기술.정보를
축적하는 상호보완 활동인 셈이다.

현재 전국엔 이같은 이업종교류회가 3백63개 그룹이나 결성돼 있다.

참여 회사만 지난 9월말 현재 5천6백33개사.

오일쇼크 당시 일본 중소기업들 사이에 유행했던 것으로 한국엔 지난 89년
"중소기업 경영안정 및 구조조정 특별조치법"이 제정되면서 본격 도입됐다.


<> 왜 필요한가 =이업종교류회의 이점은 여러가지다.

우선 이질적이고 다양한 경험을 가진 경영자들과 만남으로써 유익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다.

다른 업종에 속해 있는 만큼 경쟁상대라는 부담이 없어 정보교류가
활발하다.

또 독자적인 기술과 능력으론 힘에 부치는 과제를 다른 회원사의 힘을 빌려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예컨대 기술융합화사업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부산의 한창이업종교류회가 차량도난방지용 차륜잠금장치를 회원사간
역할분담으로 단기간내에 개발한 것이나 대전지역 두레이업종교류회가
복합기술이 필요한 실내승마기를 만들어낸 것도 모두 그런 사례다.

이밖에 교류회에 참가하는 다른 회원들과의 인간관계를 통해 인적네트워크가
형성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실제로 부도위기에 처한 회원사를 다른 회원들이 도와 다시 일어서게 만든
케이스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업종교류회는 또 해외 이업종교류회와의 연계를 통해 선진 경영기법이나
기술노하우 등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고려이업종교류회의 경우 일본의 4개그룹, 대만의 2개그룹 등과 10년째
국제교류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매년 직원들을 일본이나 대만의 회원사들에 파견해 기술교육을
시킨다.

"같은 교류회 멤버라는 이유 때문에 일본이나 대만 기업들도 상당히 호의적
으로 기술노하우를 알려주고 있다"는 게 고려이업종교류회 총무를 맡고 있는
안성묵 사장의 설명이다.


<> 이업종교류에 참가하려면 =두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중소기업진흥공단 국립기술품질원 금융기관 등에서 이업종교류 참가
희망업체를 모집할 때 신청하는 방법이다.

또 하나는 뜻을 같이하는 중소기업인들이 자체적으로 그룹을 결성할 수도
있다.

이때 유의할 점이 몇가지 있다.

첫째 1개 업종에 1개사만 참가시키는 게 좋다.

경쟁상대가 없어야 정보교류가 원활해지기 때문이다.

둘째 기업의 최고경영자로 멤버를 구성해야 한다.

결정 권한이 있는 경영자들이어야 기술융합제품 개발 등 공동사업이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셋째 가능하면 인근지역의 기업들로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

자주 만날 수 있어야 모임이 활성화되고 성과도 많다.

마지막으로 "기브 앤드 테이크(Give and Take)" 정신이 필수적이라는 것.

"남의 경영노하우나 기술을 일방적으로 얻으려고만 하면 모임이 지속될 수
없다. 자신의 특장점도 남에게 베풀어야 얻는 게 생긴다"

전국이업종교류연합회 이경희 전무의 조언이다.

< 차병석 기자 chab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