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관광객은 봉인가"

중국 싱가포르 대만 홍콩 등 중국어권 국가에서 한국에 들어오는 관광객이
홀대를 받고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들을 안내할 중국어 관광가이드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한자로 된 안내판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은 일본이나 구미지역의 관광객에 비해 출입국 절차를
지나치게 까다롭게 적용받는 등 노골적으로 푸대접을 받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여행사들의 지나친 가격경쟁으로 관광객들을 쇼핑센터로만 끌고다니는 것도
불만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요즘 중국계 관광객들은 한국을 피해 동남아 등지로 발길
을 돌리고 있다.

부실한 관광정책이 "중국인 특수"를 눈앞에서 놓치고 있는 꼴이다.

<> 중국계 관광객 입국 현황 =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들어 9월말까지
중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 입국한 관광객은 54만6백1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5% 늘어났다.

이중 중국 관광객은 23만명으로 전년동기보다 무려 54.5%나 증가했다.

단일국가로 중국이 일본(1백60만6명), 미국(29만8천명)에 이어 세번째로
한국관광을 많이 오는 나라로 떠올랐다.

중국 관광객은 연내에 30만명을 훨씬 웃돌 전망이다.

중국 관광객 특수는 지난해 5월 중국 9개 성과 시가 한국을 해외여행자유화
대상지역으로 지정한 데다 제주도에 무비자입국이 허용되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중국 위안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 원화가 많이 절하돼 한국에 오면 돈을
쓸만하다는 점이 더욱 한국을 찾게 만들고 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1천4백억달러를 넘는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는
중국은 2020년 해외 여행객수만 1억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관광사업의
황금시장이기도 하다.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범 중화권을 합치면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 실태 = 그러나 국내 여행업체의 관광상품이 수박 겉핥기식인 데다 일정을
예고없이 바꾸는 경우가 잦아 중국계 관광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특히 일부 여행사는 불법체류를 막는다는 이유로 입국 직후 중국인
관광객들의 여권을 거둬 격렬한 항의를 받는 사태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최근 한국을 다녀간 중국인 류민(여.34)씨는 "거리는 깨끗하지만 마땅히
먹을 음식이 없고 쇼핑을 강요하는 탓에 4박5일을 고통속에 지냈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가이드의 중국어 실력은 엉망이었다"고 지적했다.

다음에는 동남아 지역으로 가겠다는 게 그의 말이다.

올 연초에는 싱가포르 단체관광객 30명이 한국의 관광가이드로부터 폭언과
불성실한 서비스, 쇼핑관광을 강요당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는 기사가 현지
신문에 실려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여행사 관계자는 "불법 체류를 방조했다는 지적을 받을까봐 여권을 거둬
보관할 수 밖에 없다"며 "중국인들이 싼 가격의 상품을 선호하는 탓에 가격을
맞추려다 보니 여행의 질도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 뿐이 아니다.

중국계 관광객을 맞는 자세는 한마디로 "무비유환"이다.

중국어를 하는 관광안내원이 모자르자 여행사들은 무자격 안내원을 불법으로
고용해 쓰고 있다.

관광공사에서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원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지난 9월말
현재 1천2백3명이다.

영어(2천9백66명)나 일본어(5천3백14명)를 한 안내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이들중 현업에 투입된 사람은 30%도 안된다.

이에따라 관광객의 심리나 역사.문화분야의 소양이 부족한 부적격 가이드를
쓸 수 밖에 없다.

"바디 랭귀지"로 손님을 맞는 것이다.

또 중국인들이 밀물처럼 들어오고 있지만 그들을 맞아주는 건 한국어나 영어
안내판이 고작이다.

여행안내 책자나 지도도 영어나 일본어 뿐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안에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의 절반정도를 중국계가
차지할 것"이라며 "전문인력 양성과 중국어 안내체계를 서둘러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 남궁덕 기자 nkdu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