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클린턴 행정부와 의회는 22일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기관 사이의
진입장벽 해제를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이에따라 체이스맨해튼 시티그룹 등 상업은행들은 66년만에 증권 보험 등
다른 업종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짐 리치 하원 은행위원장(공화당)은 행정부와의 합의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20년의 진통끝에 역사적인 은행업 개정에 합의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행정부와 의회관계자들은 이번주초 상.하원이 절충안을 마련, 의회를
통과시키고 11월 초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서명으로 새 은행법이 정식 발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은행법은 대공황시대인 지난 33년 "글래스 스티걸법"이 도입된 이래
정부규제의 고전으로 치부돼온 금융겸업 금지조치에 종말을 고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전세계 금융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은 이제 대공황시대의 낡은 족쇄를
풀고 현대화된 금융시스템으로 더욱 강력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 금융기업들은 새 은행법에 따라 동일상호로 여러 금융기관을 설립,
은행계좌개설에서 증권투자, 채권매매, 보험가입은 물론 부동산개발까지
다양한 업무를 "원스톱" 처리할 수 있다.

아울러 금융기관의 경쟁을 촉발시켜 소비자들에게 비용을 덜어주고 더 많은
선택을 제고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새 은행법은 금융기관간 인수합병을 가속화시키면서 "미국판 빅뱅"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법규정의 허점이나, 당국의 묵인하에 우회내지는 변칙적인 방법으로
금융권간 벽이 허물어져 왔지만 이제는 합병에 걸림돌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톰슨파이낸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미국에서 이뤄진 금융업계
M&A규모는 총 3천8백20억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이뤄진 시티코프와 트래블러스 보험간의 초대형 합병 등이 그 예다.

그러나 미 금융기관들의 M&A는 법적 규제를 피하기 위한 우회비용을 많이
치러야 했다.

새 은행법이 시행되면 금융기관들의 M&A가 가속화되고, 기관투자가나
"큰손"만을 상대하는 도매은행이 출현하며, "슈퍼 금융백화점"도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릴 린치 등 미국의 대표적인 증권사들이 벌써부터 M&A의 "주역" 내지는
"먹이"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면서 주가가 크게 출렁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은행법 개정안 합의소식에 힘입어 이날 뉴욕증시 주가는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다우존스 평균지수는 메릴 린치 등 금융주들이 주가 오름세를 주도,
172.56포인트(1.68%) 오른 10,470.25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다우지수는 이번주 들어 450.54포인트(4.5%)가 상승, 지난 7월 초 이후
최고의 주간 상승률을 기록하며 지난 주 폭락장세로 빠진 지수를 거의
회복했다.

나스닥지수는 14.55포인트(0.5%)가 상승한 2,816.50포인트를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의 주간 상승률은 3.1%이다.

< 방형국 기자 bigjob@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