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도 경제전망에서 물가불안을 우려한 대목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기대치보다 훨씬 높고 다른 물가불안
요인들도 적지 않은데다 시기적으로 내년 총선을 앞둔 민감한 때라서 그런지
정책당국이 경제전망 내용에 간섭하려 했다는 뒷말까지 있어 더욱 그렇다.

KDI는 올해 소비자물가가 정부의 억제목표선 1.5%를 밑도는 0.8% 상승에
그치겠지만 내년에는 억제목표선을 넘는 3.2%나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경제성장률이 높을 경우 국제원유가 상승과 같은 공급
측면의 물가불안 요인들이 총수요 확대와 맞물려 물가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단행하지 않으면 금융불안이 증폭돼 경기침체와
물가불안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는 대목은 해외 금융기관들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정부가 재정긴축과 통화관리 강화를 통해 총수요를
억제하는 전통적인 경제안정책을 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대우그룹 기업개선작업이 진행중인데다 투자신탁회사 구조조정은 아직 손도
못댄 형편인데 통화관리를 강화해 시중금리가 상승할 경우 자칫 그동안의
금융.기업 구조조정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재정긴축을 강화하고 통화관리는 당분간 탄력적으로
하자는 KDI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선제적인 물가안정책으로 단기금리를 올리자는 주장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콜금리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것이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중자금이 단기부동화돼 현재 금리구조가 단저장고 현상을 보이고 있는
마당에 단기금리를 올리면 자칫 어렵게 유지해온 금리안정 기조를 뒤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역시 대우사태를 원만히 수습하고 투신사 구조조정도 신속히
단행함으로써 금융불안 심리를 해소하는데 전력투구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단기 부동자금이 장기 투자자금으로 전환돼 차츰 활성화되고 있는
설비투자가 뒷받침되고 그 결과 성장잠재력이 확충돼 실업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실업문제가 아직 가닥을 잡지 못한 마당에 소비주도의 경기회복 추진에는
한계가 있고 이제는 국내경기도 어느정도 회복된 만큼 앞으로 당분간은 우리
모두 근검절약하며 누적된 부실을 떨어내는데 힘써야 한다.

특히 정부가 솔선수범해 재정긴축에 힘써야 하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결코
선심정책을 남발해서는 안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