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일의 소설 "매일 죽는 사람"이 나온 뒤 오랫동안 "매일 죽는 남자"라는
말이 유행했다.

여러가지 뜻이 함축된 말로 쓰였지만 본령은 날마다 한번쯤은 죽는거나
다름없는 극한상황속에서 사는 한국남성을 비유한 것이었다.

신경정신과의사 정혜신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남성의 60%이상이 남자다워야
한다는 맨콤플렉스, 즉 강하고 능력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때문에 엄청난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조사내용을 보면 남성콤플렉스는 미혼보다 기혼쪽이 훨씬 심각하고,
유형으론 남자가 여자보다 모든면에서 낫다고 여기는 우월형이 가장 많다.

섹스와 근력을 중시하는 과시형도 적지 않다.

과도한 책임감과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을 모두 지닌 전천후형 또한 30%를
넘는다.

그러나 페널티킥을 앞둔 골키퍼처럼 불안과 고독에 떨면서도 한국남성들은
슈퍼맨을 요구하는 사회와 가족 앞에서 부족함과 버거움을 들키지 않으려
기를 쓴다.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에서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가 감행한 타히티행
을 부러워하면서도 정작 실천하진 못한다.

결국 직장인 상당수가 설사와 복통을 유발하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예사요,
불면증과 우울증 심지어 자살충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국내 40대남성의 사망률은 여성의 3배, 자살률은 2배나 된다.

한국남성들의 맨콤플렉스가 유독 심한 것은 가부장적 사고로 인한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으로 여겨진다.

남자로 태어났으면 어떻게든 남보다 앞서고 가장과 남편으로서의 역할 또한
다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나머지 역량밖의 일까지 무리하게 감당하려다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시티은행 명동지점장의 자살을 계기로 한국남성들의 지나친 맨콤플렉스
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남성콤플렉스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남성 스스로 남자다운 것이 절대선
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성역할에 대한 열린사고를 지녀야 한다.

세상은 남녀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임을 받아들일때 모든 일을 혼자 책임져야
하는 끔찍한 굴레에서 놓여 날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