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MD''의 과감한 도전 ]

실리콘 밸리에서 꽤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볼만한 싸움 중의 하나가 바로
MPU(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서의 인텔(Intel)과 AMD(Advanced Micro
Devices)의 경쟁이다.

최근 미국에서 팔리고 있는 1천달러 이하짜리 PC안에 있는 마이크로프로세서
는 절반 이상이 인텔이 아닌 AMD에서 만든 것이다.

AMD는 지난 97년 6억2천5백만달러에 넥스젠(Nex Gen)이라는 회사를 인수한
바 있다.

이 회사의 개발팀장이었던 아티크 라자 팀이 개발한 K6 프로세서가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1천달러 미만의 저가PC시장이 활성화된 것이다.

현재 저가PC시장은 PC시장 가운데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으며 전체 PC
매출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거대기업 인텔이 값을 내리면서 강력하게 반격해오자 99년에 들어서
AMD는 줄곧 적자를 내고 있다.

인텔은 고급 칩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으므로 그 곳에서는 계속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AMD가 참여해있는 저급시장에서는 값을
낮춤으로써 AMD를 압박하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볼 때 AMD가 저급 칩시장에만 머물러 있는 한 승산이
없다.

그래서 AMD는 요즘 사운을 걸고 두가지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하나는 인텔의 아성인 고급 칩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는 것이다.

AMD가 온 힘을 쏟아 개발해 99년 내놓은 고급 칩 애슬론(Athlon)에 이 회사
경영진이 유난히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애슬론은 현재 인텔의 어떤 칩보다 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평균가격이 약
3백달러에 달한다.

무려 8백49달러 짜리도 있다.

기존의 AMD제품의 값은 평균 60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AMD는 99년 중에 1백만개의 애슬론 칩을 파는 것이 목표다.

컴팩 등의 PC회사들이 애슬론을 구매하고 있으므로 이 제품의 앞날은 밝아
보인다.

AMD의 야심찬 전략의 또다른 방향은 인텔의 칩에 맞게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쓸 수 없는 독자적인 칩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인텔 제품을 흉내내던 전략에서 과감히 벗어나 이제
독자적인 노선을 걷겠다는 대담한 발상의 전환이다.

이런 전략에 따라 AMD는 99년 10월5일 슬레지해머(Sledge Hammer)라는
64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이 슬레지해머는 인텔이 2000년 후반기에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64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이타니움(Itanium)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다.

따라서 AMD는 앞으로 64비트 컴퓨터 프로그램을 슬레지해머에 맞추도록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들을 설득해야 하는 커다란 과제를 안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계는 AMD의 이러한 전략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왜냐하면 소프트웨어회사가 AMD를 선택하면 큰 변화없이 32비트 프로세싱
에서 64비트 프로세싱으로 쉽사리 옮겨갈 수 있는데 인텔의 이타니움에
맞추려면 상당한 추가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AMD의 전략은 인텔보다 더 고객지향적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따라서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도 꽤 있어 보인다.

< 유필화 성균관대 경영학부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