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금년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18일로 20일 동안의
활동을 모두 마감했다.

이번 국감은 15대 국회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국정감사라는 점에서 기대와
관심을 모았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는 그같은 국민들의 기대에 못미쳤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예년에
비해 질이 떨어졌다는 혹평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일부 의원들은 서민생활과 밀접한 주요 현안들에 대해 충분한 연구와
증빙자료를 제시하면서 정책의 난맥상을 밝혀내고, 이를 시정하려는 끈질긴
노력을 보여준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수준미달"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은 감사
가 국리민복 보다 당리당략 차원의 정치쟁점화에 초점이 맞춰져 결국 문제의
본질은 파헤치지도 못한채 파행운영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보광.한진그룹 탈세사건과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 구속에 따른 "언론
탄압"시비, 도.감청 문제와 야당후원회 계좌추적 논란등 민감한 정치현안들이
불거지면서 국감장이 여야간 정치공세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느낌을 줬다.

정부 정책의 오류를 찾아내 건전한 대안을 제시하는 국정감사의 본래 기능
및 역할과는 아직도 거리가 멀었다는 얘기다.

여기에 16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원들이 일부현안을 과대포장해 발표하는
한건주의식 폭로가 어느때보다 많았던 점도 이번 국감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
를 심어준 큰 원인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국감내용에서 뿐만아니라 행태면에서도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의원들은 고함과 호통으로 일관하는가 하면 피감기관은 위기모면을 위한
책임회피에 급급하는 과거의 병폐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과연 이같은 국감이 왜 필요하고 국가발전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더구나 국정감사는 내년도 예산심의를 위한 심의자료수집의 성격도 갖고
있다.

얼마나 충실한 예산심의가 이뤄질지 걱정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지금과 같은 정치행태를 바꾸지않는한 국가 장래가 심히 걱정된다.

정치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은 국민들뿐아니라 정치인 자신들이 절감하고
있는 사안이 아닌가.

국감도 예외일수는 없다.

연례적으로 치러지는 통과의례처럼 수박겉핥기식 감사는 과감히 탈피할
때가 됐다.

필요하다면 국회의원에 대한 정책보좌기능을 대폭 확충해보다 깊이있는
정책판단자료와 대안을 검토할수 있도록 해야한다.

또 20일간의 짧은 기간에 수백개 기관을 감사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국감에 걸었던 기대는 빗나갔지만 곧 본격화될 내년도 예산심의라도
충실하게 임함으로써 15대 국회가 유종의 미를 거두기 바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