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 계열사의 워크아웃방안을 확정키로 한 11월6일 이전까지 자산실사
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속도만 올려서도 안된다.
정확한 실사가 중요하다.
자산실사결과의 정확성 여부는 향후 회계법인의 능력과 명성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회계법인들이 인력을 대거 늘리는 등 대우그룹 실사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것도 이래서다.
하지만 회계법인들은 자칫 잘못하다가는 "상처"만 남을지 모른다고 걱정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회계법인들이 대우그룹 자산실사에 들어간 것은 9월부터.
지금까지 회계장부만 맞춰 보는데 벌써 한달 반을 허비했다.
국내만 실사해야하는 회계법인은 그래도 낫다.
해외에 있는 지점이나 현지법인까지 뒤져야 하는 대우전자나 대우자동차를
맡은 곳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들은 해외실사법인을 만나 감사확인서도 받아야 한다.
경비문제도 해결이 안됐다.
아직 채권단과 정식용역계약도 맺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우자동차 등 대우 6개 계열사의 자산실사를 담당하고 있는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한마디로 이런 짧은 기간동안에는 죽었다 깨어나도 완벽한 실사를
하기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회계법인들 사이에서 자칫 시간에 쫓겨 보고서를 작성하다가는
부실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전자 실사를 많은 안건회계법인 관계자도 "회사내용이 워낙 복잡해
실사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 70여개 사업장에 지난 11일부터 실사인력을 투입했다"며
"시일이 촉박해 현장조사를 거치지 않고 회계장부만 검토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회계법인들은 시간을 더 달라고 요구도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의 조속한 실사 방침 때문이다.
정부는 "11월 금융대란설"에 대처하기 위해 11월6일까지 대우그룹에 대한
워크아웃방안을 최종 확정하라고 채권단과 회계법인을 닥달하고 있다.
결국 시간에 쫓겨 실사를 하는 만큼 부실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만약 부실한 보고서가 만들어질 경우 추후 책임은 회계법인이 져야 한다.
"회계법인만 모든 책임을 뒤짚어쓰도록 만들어진 시나리오"라는 불만도
이래서 나온다.
시간뿐만 아니라 기업의 협조가 부족하다는 것도 회계법인의 애로사항이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회사가 제시한 회계장부와 자산부채내역을 조사해
본 결과 명확한 자료가 거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부채가 22조원에 이르는데다 그룹의 모회사 역할을 한 (주)대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우통신 대우전자부품 오리온전기 경남기업 등 기업규모가 작고 부채가
적은 기업만 그나마 실정이 나을 뿐이다.
회계법인들은 따라서 11월에 나올 보고서는 1차보고서 성격으로 봐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의견을 명시할 때도 이런 점을 밝힐 예정이다.
한 회계사는 "내년에 다시 실사를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
했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