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식과 정보가 돈을 만든다 ]

유재수 < 한국창업개발연구원장 >

한때 돈이 돈을 낳는 시대가 있었다.

돈으로 사람과 물자를 사서 그것으로 더 많은 돈을 벌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거대 규모가 성공을 낳고 성공은 더 큰 성공을 낳는다고
믿게 되었다.

이런 극대화 지향의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었던 것은 거대기업들이었다.

이들 거대기업은 수십만명을 먹여 살리면서 엄청난 부를 창출했다.

그러나 그들이 쌓았던 부와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권력은 과거지사가
되었다.

한때 세계경제를 주름잡았던 거대기업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가 있는
동안 경쟁력을 갖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소규모 전문기업들이 새로운 경제주역
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주역의 교체가 몇개의 뛰어난 기업이 자만심에 빠져 있는
선두 기업을 추월했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해석되어선 안된다.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경제 주역들은 그들의 선배와는 판이하게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스티브 잡스는 동업자 존 스택과 함께 애플 컴퓨터를 만들 때
돈벌이나 시장 점유율 따위는 뇌리에 없었으며 오직 지식과 정보를 손쉽게
수집하고 이용하는 방법을 혁신시키는 것이 꿈이었다고 실토했다.

페더럴 익스프레스의 프레드릭 스미스가 창업에 나선 동기도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가 아직 예일대 학생이었던 시절 새로운 형태의 항공화물 서비스를
제안했을 때 담당교수는 그것이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겨우 낙제를 면한
C학점을 주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꿈을 현실로 바꾸어 놓았다.

그리하여 개인용 컴퓨터와 항공화물 서비스를 통해 인류의 역사를 10년 혹은
20년 이상 앞당겨 놓았던 것이다.

우리가 지금 막 들어서고 있는 정보화사회는 사람들 머리 속에 들어 있는
지식, 즉 정보가 돈을 만드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자본 노동 토지와 같은 생산 요소들을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부차적인 것이 되었다.

새로운 경제주역들은 정보를 활용해 돈을 벌었다.

그들은 이런 과업을 유니폼도, 번거로운 상하의 위계질서도 없는 횡적으로
연결된 2~3명 혹은 5~10명, 최대로 잡아 20~50명 정도로 이루어진 집단에
의해 수행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드는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시장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정보화시대의 생존조건이란 이처럼 체계화되고 잘 분류된 지식, 즉 정보를
보유하는 것이다.

지식과 정보는 곧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말한다.

공룡기업들이 변화의 파도에 휩쓸려 난파되고 있는 동안 새로운 경제 주역
들은 능숙하게 그 파도를 타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