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밀레니엄 시대의 개막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지구촌 각국은 신세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술렁이고 기업들은 새롭게 펼쳐질
21세기 신소비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대경쟁(메가컴피티션)에 돌입했다.

20세기 마지막 해인 금년 한햇동안 "뉴 밀레니엄"은 기업들의 마케팅 전쟁
에서 출발점이자 최고의 목표로 부각됐다.

미래시장에 대한 기업들의 기대와 희망이 그만큼 크고 높았다는 것을 시사
하고 있는 셈이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21세기 소비생활이 기본적으로 풍요와 기술발전의 혜택
속에서 삶의 질을 추구하는 행태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개인을 정보 네트워크로 연결, 기업과 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그동안 마케팅 활동의 변두리에 머물러 있던 10대, 실버, 엔젤,
여성, 독신층이 유력 소비집단으로 부상해 시장 분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90년대 말 한국사회의 거대 소비집단으로 이미 자리를
굳힌 10대와 여성그룹이 뉴 밀레니엄 소비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주장이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다.

손영석 동의대 교수(광고홍보학)는 "외환위기 직후인 98년에 전통적으로
시장을 주도해온 남성 가장의 소비 규모는 줄어든 반면 여성과 아동의 구매
는 차이가 없어 경제활동에서 가장의 결정권이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극심한 불경기 속에서도 10대 청소년들을 겨냥한 소비시장은 폭발적
으로 팽창해 새로운 주도 세력의 등장을 예고했다.

이들 10대를 겨냥한 "스타 마케팅"이라는 신조어도 유행어의 한자리를
당당히 차지했다.

올들어 히트한 김희선 머리핀, 김혜수 목걸이, 한석규 재킷 등이 바로 10대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올들어 돌풍을 일으킨 주니어 화장품 시장은 외형이 연간 50%씩 고성장을
거듭해 금년 1천5백억원, 내년에 2천억원을 넘어 남성 화장품 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무웅 한불화장품 마케팅팀장은 "10대 시장에는 불황이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면서 "기업들은 10대 구매파워를 무시하고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밀리오레 두타 등 서울 동대문 패션쇼핑몰들의 약진도 10대 잠재력을
대변해 준다.

썰렁하기만 했던 재래시장인 동대문은 이들을 겨냥한 패션공간이 열리면서
24시간 젊은이들로 북적댄다.

1318세대의 구매력은 화장품이나 패션상품 외에 이동통신 액세서리 음료
음반 금융상품 등 모든 소비재로 무섭게 확산되는 추세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 시장에서도 10대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 확대로 소비시장에서 우먼 파워가 커지고 있는 것도
새로운 변화다.

전문가들은 21세기는 여성의 세대로 이들이 소비시장의 주역이 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잇단 기업구조조정으로 남성 가장들이 회사에서 쫓겨나면서
가정 경제를 책임진 "핑크 컬러"의 등장도 이같은 흐름을 반영한다.

IMF 경제위기 후 한국 사회에서도 종신 고용제가 무너진 점을 감안한다면
핑크 컬러의 경제적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유종숙 동방커뮤니케이션 플래닝팀장은 "오늘날의 여성들은 남성의 간섭
없이 식품 의류에서 내구재 구매까지 영향력을 행사해 기업들은 여성의
라이프 스타일과 구매심리를 포착해야만 경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령화 사회를 맞아 경제력을 갖춘 실버 세대도 새로운 핵심소비층으로
대두되고 있다.

65세 이상을 노인층으로 규정할 때 노령화 사회는 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일 때다(유엔 기준).

한국은 2000년에 노령 인구 비율이 6.8%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본격적인
노령화 시대에 접어들게 된다.

자연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처럼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실버 산업이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실버 산업은 넓은 의미에서 50세 이상 장.노년층을 주요 고객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노령층을 대상으로 한 식음료 주거 보건관리 개인서비스
금융보험 의복 교통관련 사업이 유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1세기는 새로운 변화의 시대다.

변화하는 소비 주체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

황은경 오리콤 PR팀장은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에서는 기업이나 상품 관련
정보가 항상 넘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최고 제품이라는 확신을 주지 못하면
일류 회사 제품도 고객의 브랜드 로열티(충성도)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
했다.

새로운 소비시장에 적응하려면 N마케팅 사이버마케팅 DB(데이터베이스)
마케팅 스포츠마케팅 등 다양한 기법을 경영활동에 접목, 활용해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진 두산그룹 이사는 "이제 기업이나 브랜드에 절대 충성을 보이던 소비자
는 사라졌다"면서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소비자들을 붙들기 위해 기업의
마케팅이나 광고전략도 시대흐름에 맞게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최인한 기자 janu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