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경영인이 뛰고 있다.

부부는 표정만 봐도 마음을 읽는 일심동체.

돌파력과 세심함이라는 각자의 강점을 살려 상대의 약점을 보완해주기도
한다.

기업을 따로 운영하되 경영노하우를 공유하는 경우가 있고 한 회사내에서
역할을 분담하며 함께 기업을 이끄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들 부부경영인은 생산 영업 재무 회계 및 인적자원관리 등 기업의
핵심 경영노하우를 교환, 서로의 경쟁력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경영에
나서고있어 시너지 효과도 발휘하고 있다.

박세준 우성환경기계 사장과 전금자 우성지도 회장은 부부기업인의 한 예.

부부는 닮는다고 하지만 이들은 너무 닮았다.

둘 다 충북 영동 출신에 초등학교 졸업자.

뛰어난 발명가이기도 하다.

박 사장은 발명 실용신안 등 60여건의 특허를 획득했고 전 회장도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살려 지도 등의 분야에서 4건의 특허를 얻었다.

회사와 집에서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낸 덕분이다.

박 사장의 아이디어를 전 회장이 다듬어 참신한 발명품으로 만들어 낸다.

이들은 지난해 특허기술대전에서 동시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카오의 양관모 사장과 카오물산의 주진영 사장도 부부기업인.

양 사장은 다기능 오존 살균소독기, 주 사장은 화장품 업체를 각각 경영하고
있다.

이들 역시 아이디어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양 사장은 오존의 강력한 산화력을 이용한 살균소독기인 에포존을 개발해
한국 일본 미국 등에서 모두 13건의 발명특허를 출원했다.

주 사장은 다양한 신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알코올성분의 순수화장품이 한 예.

스킨과 로션 에센스를 결합한 다기능제품, 홍게껍질을 이용한 키토산제품도
주 사장 아이디어의 산물이다.

이들은 각자의 장기를 살려 독립적으로 기업을 운영한다.

다만 경영노하우는 공유한다.

방송국 프로듀서 출신의 양 사장은 방송계에 발이 넓다.

이 인맥을 주 사장이 활용한다.

이제는 이 분야에서 양 사장보다 발이 더 넓을 정도다.

키토산 화장품을 출시했을때 이영자씨 등 개그우먼들이 카오물산의 홍보
비디오 촬영에 대거 나선 것도 이같은 주 사장의 넓은 인맥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 기업에서 함께 뛰는 부부경영인들도 있다.

집중력 학습기 엠씨스퀘어로 유명한 대양이앤씨의 이준욱 사장과 임영현
이사가 한 예.

돌파력과 의지력이 강한 이 사장과 여장부로 불리는 임 이사는 각자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 회사를 키웠다.

이 사장이 엠씨스퀘어를 출시한 뒤 인지도가 낮아 어려움을 겪을 때 임
이사는 전직장에서의 마케팅 경험을 살려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엠씨스퀘어가 빅히트를 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장독 뚜껑 하나로 1백억원대 매출에 도전하고 있는 성실엔지니어링의 이동훈
사장과 김화원 이사도 비슷한 케이스.

이 사장은 아이디어 장독 뚜껑을 개발해 올 매출 50억원, 내년엔
1백억원으로 잡고 있다.

김 이사는 살림살이를 맡고 있으며 초창기에는 책상닦기 복도청소 등 온갖
잡일을 도맡아 처리하기도 했다.

김 이사는 특히 남편인 이 사장이 고아로 자라는 등 매우 불우하게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을 잘알고 있었던 터라 열과 성을 다해 이 사장을 도왔다.

이런 김 이사의 헌신적인 내조와 직장에서의 뒷바라지가 오늘날의
성실엔지니어링을 튼튼한 회사로 성장하도록 만든 원동력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중소기업의 천국 이탈리아에는 부부 경영사례가 수두룩하다.

단란한 가족경영 형태로 기업을 운영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수 있다.

가족간의 끈끈한 유대와 협동이 이뤄져 남편이 사장, 아내가 이사, 자녀들이
중간간부층을 형성하며 기업을 이끌고있는 것이다.

자녀들은 학창시절부터 방과후나 방학때 회사 일을 거들며 "현장경영"을
몸에 익힌다.

이같은 가족경영이 오늘날 이탈리아의 중소기업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업체들로 만드는데 일조를 했다.

아직도 가부장적 권위의 잔재가 남아있는 한국에선 부부가 경영일선에
나서는 경우는 별로 없다.

하지만 시대변화와 함께 이런 추세는 갈수록 확산될 것으로 중소기업계는
보고 있다.

< 김낙훈 기자 n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