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현 교보생명 대표이사 전무.

5명의 이 회사 대표이사 가운데 정책분야를 담당하는 그는 요즘 정신없이
바쁘다.

새 천년을 앞두고 회사의 장기 비전을 마련, 실현가능한 정책으로
구체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일 각계의 외부 전문가를 만나고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권 전무가 가장 고심하고 있는 테마는 바로 디지털화다.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문화가 2000년대엔 보편화될 것이고 보험산업도
그 변화의 물결에 휩싸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보험상품 판매채널의 다변화(Multi-
Channel)다.

기존의 보험설계사 조직이 여전히 중요한 판매채널이긴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마케팅, 전화를 이용한 텔레마케팅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권 전무는 "미국도 보험분야에선 사이버마케팅이 크게 확산되지 않고 있다"
면서 "그러나 디지털화가 언제 어떤 형식으로 변화의 물결을 몰고 올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권 전무가 고심하는 또하나의 테마는 금융장벽의 해체다.

그는 금융업종간 장벽해체가 디지털화보다 어쩌면 보험산업에 더 큰 변화를
몰고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권 전무는 새 천년에는 보험상품의 기능이 위험보장 수단에서 자산형성
도구로 바뀔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험회사는 위험대비, 은행과 투자신탁회사는 재테크라는 종래의 기계적인
도식이 무너진다는 얘기다.

과거 보험전문그룹에서 종합금융그룹으로 변신한 미국 푸르덴셜생명의
사례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그는 말했다.

권 전무는 "조만간 변액보험과 같이 자산운용수익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지는
상품이 도입되면 이같은 변화는 한결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이 경우 생명보험사의 자본력과 자산운용능력이 매우 중요해질뿐
아니라 보험설계사들의 재무컨설팅 능력도 커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전무는 21세기에 들어서자마자 한국 보험산업의 글로벌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제일생명을 인수한 독일계 보험사 알리안츠와 국민생명을 사들인 미국 뉴욕
생명 등이 내년부터 보험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되면 글로벌 스탠더드가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권 전무는 "모든 금융업종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는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로
그 핵심은 무한경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회사별로 M&A(기업인수합병)나 대대적인 자본확충 등을
통해 대형화-겸업화의 길로 나서느냐 아니면 전문화에 승부를 거느냐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수언 기자 soo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