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에 근무하는 윤정선(27.여)씨는 PC통신 나우누리의 여행동호회인
"여행사랑"(go tourlove)의 대표시삽이다.

대학시절부터 동호회활동을 해오다 지난해 11월에 1천5백여명의 회원을
이끌어가는 시삽을 맡았다.

여행사랑은 회원이 많고 오프라인(off-line) 활동도 활발해 국내 최고로
평가되는 온라인 여행동호회.

매년 8월15일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는 사람들과 갖는 "파리 번개 모임"으로
유명하다.

96년부터 시작된 이 모임은 현지 교민단과 연계, 에펠탑 앞에서 사물놀이
공연을 벌이고 관람객에게 한국 홍보물과 태극부채 등을 나눠준다.

여행사랑은 온라인활동 외에 한달에 한번 정기모임이나 동호회여행모임을
갖는다.

회원들은 20대초반에서 5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과 구성원들로
구성돼 있다.

이 모든 동호회 활동을 기획하고 주관하는 것이 시삽의 몫이다.

또 하루에도 몇번씩 동호회방에 들러 게시판을 정리하거나 회원들을 관리
해야 한다.

윤씨는 "시간나는 대로 틈틈이 동호회방을 점검하고 일과를 마친 뒤
늦게까지 남아 동호회 활동계획을 세우곤 한다"며 "워낙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피곤한 줄은 모르겠다"고 말한다.

또 "무엇보다 좋은 점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폭넓게 사귈 수 있는
것"이라며 "동호회를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경험이 직장생활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 직장인시삽 급증 =윤씨처럼 온라인동호회를 이끌어가는 맹렬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나우누리의 경우 직장인이 시삽을 맡고 있는 동호회수가 지난해말 4백80여개
에서 1천4백50여개로 급증했다.

동호회의 직장인시삽이 전체 시삽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34%에서 56%로
늘어났다.

나우누리 동호회 담당자는 "특히 사회초년생들이 시삽을 맡는 경우가 많다"
며 "예전에는 학생때 열심히 하다가 취직하면 동호회 활동에 소홀해지곤
했으나 최근들어선 오히려 더 열성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고있다"고 밝혔다.

신세대 네티즌들은 직장인이 되고 나서도 일과 취미활동을 확실히 구분,
여가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다른 PC통신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유니텔은 직장인시삽 비중이 지난해말 30%에서 현재 35%로 늘어났다.

하이텔과 채널아이도 각각 35%와 40%에서 40%와 50%로 높아졌다.

<> "뜨는 동호회"의 대표시삽은 직장인 =이른바 "잘 나가는" 동호회 시삽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특히 단순한 취미모임 수준이 아니라 이익집단이나 전문가집단으로 발전한
대규모 동호회의 경우 시삽의 사회적인 파워는 상당하다.

마찬가지로 동호회의 활동범위나 파워는 시삽의 역량이 크게 좌우한다.

나우누리에서 가장 활발한 동호회 가운데 하나인 "아이스크림 사랑 모임"
(go ICER)은 배스킨라빈스의 신제품을 테스트하고 광고 모니터로 활동하는 등
활동영역이 매우 넓다.

이 맹렬 모임을 이끄는 시삽은 29세 샐러리맨 이형강씨.

최근엔 회원들을 대상으로 "아이스크림 소식지"도 발행하고 있다.

소비자단체 성격이 강한 "이동통신사용자 모임"이나 매년 대규모 노래공연을
여는 "노래하나 햇볕한줌" 등의 시삽도 모두 20대후반의 직장인이다.

유니텔도 공동구매 캠프운영 시사회 발표회 등 활동이 두드러진 동호회일
수록 직장인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유니텔의 동호회 담당자인 한유진씨는 "동호회가 점점 전문화되고
조직화됨에 따라 운영진도 경험이 많은 직장인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유니텔 스키동호회의 대표시삽을 맡고 있는 인원식(31.삼성전자)씨는
"1만명이 넘는 회원들의 모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조직적인 관리능력도
요구된다"며 "특히 스키장이나 판매상과 협상을 할 때는 경험많은 직장인이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 송태형 기자 toughl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