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고가 655억 달러를 넘었다.

연말까지는 700억 달러를 넘을 전망이라고 한다.

97년말 IMF 구제금융을 받기 직전 30억 달러에 불과했던데 비하면 금석지감
이다.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마치 자기 수중에 돈이 불어난 것 같이 뿌듯해 할만도
하다.

외환보유고는 한나라 경제의 대외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척도다.

때문에 많으면 많을수록 대외지급 능력은 그만큼 좋아진다.

IMF에서는 3개월분 수입액을 보유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단기
외채까지도 감안한 규모를 보유하는게 좋다고 말한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아직도 외환보유고를 더 쌓아 나쁠 것이 없다.

문제는 외환보유고 확충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더구나 몇몇 외환당국자를 제외하고는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아무도 알 수
없게 돼 있다.

한국은행도 자국의 외환보유고 운영내역을 밝히지 않는 각국 중앙은행의
관례를 충실히(?)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외환보유고 유지비용은 얼마나 될까.

외환당국이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어림잡아 추정해 볼 수 밖에
없다.

외환보유고의 국민경제적 비용은 외평채 가산금리로 볼 수 있다.

국가신용으로 조달하는 금리가 외평채 금리(미국 재정증권금리+가산금리)이
고 외환보유고는 주로 미국의 재정증권에 투자되기 때문이다.

10월 1일 현재 3년만기 외평채 가산금리는 연1.8%다.

그러니까 외환보유고 655억달러의 국민경제적 비용은 연간 11억8천만달러
(1조 4천억원)에 이른다.

이 만큼의 국부가 외환보유고 비용으로 매년 유출되는 셈이다.

외환보유고 확충에만 급급해서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부터는 보유비용을 줄이는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국가신용도가 향상되지 않고는 보유고 조달비용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운영수익은 외환당국의 노력에 따라 개선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우리의 외환보유고 관리실태는 어떤가.

20명 미만의 한국은행 외화자금실 직원이 아무런 사회적 감시장치없이
정부예산과 맞먹는 78조원의 보유고를 관리하고 있다.

얼마의 운영수익을 올리고 있는지도 알길이 없다.

안정성과 유동성 확보가 보유고 관리의 최우선 목표인 것은 분명하다.

운영수익을 무시하기에는 지금 우리의 외환보유고가 너무 크다.

< 최경환 논설위원겸 전문위원 khc@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