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발기의 추억이 가물가물한 할아버지가 어찌어찌 구한 비아그라를
먹고 실로 오랜만에 재기에 성공했다.

바람결에 촛불이 꺼질세라 손으로 가리듯이 괴춤을 부여잡고 단숨에 뛰쳐
나간 할아버지, 어찌어찌 젊은 여자와 함께 운우의 정을 나누었다.

잊혀졌던 숨막힐듯한 쾌감을 만끽하고 한숨 돌리는 순간 아직도 죽지않은
아랫도리가 멀뚱히 자기를 바라보는게 아닌가.

진도 8.0에 버금갈 만한 그 강렬한 감격과 충격을 이기지 못한 할아버지는
그만 저세상으로 떠나고 말았다.

할아버지의 시신을 입관할제, 봉령 70이 넘고 지금은 사자의 부품인 주제에
여전히 무장을 해제하지 않은 할아버지의 물건때문에 도무지 관뚜껑이
닫히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시신을 훼손할 수도 없어 난감해 하는 가족들에게 누가 한가지
꾀를 냈다.

옳거니, 그 가능성을 인정한 가족들은 재빨리 할머니를 모셔 왔고 할머니
에게 할아버지 가시는 마지막 길에 손인사라도 하라고 둘러대며 슬그머니
할아버지의 물건을 만지게 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하늘을 찌르듯 당당하던 할아버지의 물건이 스르륵 기운이
빠져 무사히 시신을 입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비아그라가 드디어 이달 중순부터 시판된다.

물론 아무나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비아그라 오남용방지 대책에 따르면 심혈관계 질환이
없다는 진단서 원본을 약국에 제출하는 21세 이상 성인에게만 판매한다는
것이다.

구입 수량에도 제한을 두어 1인당 하루 2정, 한달에 8정까지만 팔게 했다.

이같은 제한적 비아그라 판매 결정은 그것을 둘러싼 의사와 약사들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인상을 주기 쉽다.

그러나 이 약물의 오남용이 개인은 물론 가정과 사회에 미칠 부정적인
파장을 생각해 본다면 어쩐지 최상(?)의 미봉책에 불과한 결정이 아닌가
싶다.

비아그라 자체는 훌륭한 약이다.

존재의 이유 가운데 소중한 것 하나를 잃은 수많은 발기부전 남성에게
새로운 삶을 다지는 희망을 줄 수도 있다.

문제는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식약청은 최소한 먹어도 죽지 않을 만한 사람에게만 판매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일까.

우리 국민들은 의.약사들의 공방을 이전투구로만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왜
이같은 결정이 내려졌는지 숙고해 볼만하다.

정력에 좋다면 바퀴벌레까지 집어삼키는 화려한 전과(?)를 숨길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식약청이 비아그라는 결코 정력제가 아님을 홍보하기 위한 전략을
짜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결론적으로 손자병법을 현대에 맞게 각색해 보겠다.

약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먹어도 죽지 않는다(지약지기 백용불사).

< 준남성크리닉원장 jun@snec.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