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가을 오페라 페스티벌이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모두 12차례 공연중 현재 5차례 무대를 남겨놓고 있다.

국내 초연되는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와 5년만에 무대에 올려지는
푸치니의 "나비부인"도 앞으로 두번씩 관객을 맞을 예정이다.

파우스트는 원래 "콘서트 오페라"(음악만 연주할 목적으로 작곡된 오페라)로
만들어졌다.

낭만주의 음악의 절정기에 작곡된 데다 프랑스음악 특유의 서정성이 더해져
교향곡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감미롭고 화려한 음악이 기대하지 않았던 즐거움을 안겨준다.

반면 무대에 올리기에는 만만치 않은 작품이다.

"오케스트라만 연주하는 부분에서 무대위 연출은 어떻게 해야 하나"와 같은
문제가 생기기 때문.

연출을 맡은 문호근씨도 이런 난점은 극복하지 못했던 것 같다.

실제로 1막 헝가리 평원 장면에서 오케스트라만 연주하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파우스트는 화폭에 그림그리는 시늉만 하고 있었다.

2막에서는 파우스트가 여인 마르가리트를 꿈속에서 그리워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파우스트의 꿈속 정경을 표현하기 보다는 잠자는 파우스트를 둘러싼
요정들의 춤만 보여준다.

상상력의 한계를 드러낸 연출이 아쉬움을 남긴 장면이다.

또 주인공이 합창단과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무대위에서 부각되지 않은 점도
고쳐져야 할 부분으로 지적됐다.

농부와 병정들의 욕망과 파우스트의 심오한 이성, "그리스도여, 부활하라"란
성가를 듣고 자살을 포기하는 파우스트 등에서 대조적인 효과를 거두지도
못했다.

나비부인은 주인공 초초상으로 나온 김영미 김유섬 김향란의 발군의 실력과
색다른 무대전환으로 흥미를 끌었다.

특히 김영미는 사랑이 배반당할까 두려워하다 결국 자살을 선택하는
초초상의 비장미를, 김유섬은 버림받은 여인의 가련미를 더 부각시킨 것으로
보인다.

김유섬도 힘있고 강한 목소리를 가졌지만 왠지 가련한 여인의 모습이 더
연상되는 무대였다.

나비부인은 1막에서 3막까지 같은 무대세트를 이용했다.

2막과 3막은 1막 무대를 90도 돌려놓은 것이고 2막 마지막 부분에선 1백80도
회전시켰다.

2, 3막에 나오는 초초상의 집이 왼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진 것은 무대를
회전시켰기 때문.

물론 초초상의 몰락을 암시하는 상징성도 갖고 있다.

흠잉코러스가 나오는 2막 마지막 장면에선 여명이 비치는 나가사키항을
내려다보는 초초상과 그의 아들, 스즈키 등 세명이 실루엣으로 처리돼
입체적인 영상미를 느끼게 했다.

앞으로의 공연에서 모든 제작진의 역량이 최고도로 발휘되기를 기대해 본다.

< 장규호 기자 seini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