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원칙 다시 세우자 ]

하면 할수록 힘든게 재테크다.

어찌된게 세상 돈은 나만 피해간다.

눈 앞에 어른거리던 돈도 어느새 멀리 달아나 버리고 만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대세 상승기다, 추석 큰장이 온다"는 말만 잔뜩 믿었던 개인투자자들은
심한 낭패감에 휩싸여 있다.

주가가 오를 것으로 믿고 열심히 주식을 샀지만 어찌된 일인지 주가는
급전직하다.

6일동안 무려 1백20포인트 가량 빠져버렸다.

지난 금요일 가까스로 상승세로 반전됐다고는 하지만 인위적인 냄새가 짙다.

하락속도가 어찌나 빨랐던지 미처 매도타이밍을 잡지 못한 투자자도
수두룩하다.

그러나 땅을 치면 뭐하랴.

이럴 때일수록 다시 한번 재테크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과연 포트폴리오는 적절했는지, 행여 일확천금식의 무리한 욕심을 내지는
않았는지, 아무런 근거 없이 그저 내가 산 주식은 오를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았는지 등등.

그리고 원칙을 정해야 한다.

버릴 건 버리고 고수할 건 지켜야 한다.


<>냉정히 상황을 판단하라 =재테크에서 중요한건 상황판단이다.

주식투자가 특히 그렇다.

최근 상황을 보자.

기관과 외국인은 팔아대고 개인은 사재는 현상이 요 며칠 계속됐다.

개인들의 경우 "저점이니까 매수할 기회다" "설마 더 이상 떨어지겠느냐"
"그동안의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물타기를 해야 한다"는 심리가 발동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황을 한번 따져보자.

지금은 악재가 호재를 짓누르고 있는 형국이다.

악재는 다름아닌 유동성악화다.

대우문제, 투신사구조조정문제, 외국인 매도공세, 긴축정책으로의 전환시사,
부채비율 2백% 넘는 기업 제재 등.

모두 증시의 유동성을 고갈시키는 요인이다.

이에 맞서는 호재는 다름아닌 좋아진 펀더멘털(경제기초여건)이다.

엔고, 금리의 한자릿수 재진입, 대만지진에 따른 반사이득, 기업실적의
꾸준한 호전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수급은 재료에 우선한다는 격언처럼 양호한 펀더멘털이란 호재는
악화되는 유동성앞에 맥을 못추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설마 내 주식은 오르겠지"라는 생각을 갖는 것은 누워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꼴이다.

재테크는 냉정해야 한다.


<>팔 때가 중요하다 =주식이든 채권이든 부동산이든 살 때보다는 팔 때가
몇배 중요하다.

아무리 싸게 샀어도 비싸게 팔지 못하면 만사 도루묵이다.

거꾸로 설혹 비싸게 샀어도 더 비싸게 팔면 성공한 재테크다.

그러자면 손절매가격을 미리 정해야 한다.

산 가격의 20~30%를 미리 정해 놓은 뒤 그 아래로 떨어질라치면 매도를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개인의 행태는 거꾸로다.

기관이나 외국인보다 강심장을 소유한게 개인이다.

약세장에서 1차하락이 오면 개인들은 대거 "사자"에 나선다.

오를 것이란 막연한 확신감에서다.

그러나 기관과 외국인들은 이때 불안감을 느껴 매도에 나선다.

필요하다면 손절매도 서슴지 않는다.

2차 하락이 와도 개인은 미련을 갖고 역시 "사자"를 고수한다.

기관이나 외국인이 여전히 파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3차하락이 오면 개인들은 그때서야 공포감에 휩싸인다.

무조건 팔고 보자는 심리로 인해 투매에 나선다.

그때서야 기관들은 자신감을 갖고 "사자"에 나선다.

그러니 번번이 기관과 외국인의 꽁무니만 좇다가 지쳐버리고 만다.

이를 방지하려면 손절매 폭을 정한 뒤 때론 과감히 손해볼 수도 있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일단 팔았다가 오를 기미가 보이면 그때 사면 된다.

그러면 저점매수 타이밍을 놓친다는 사람이 많다.

놓쳐도 된다.

왜냐하면 팔 때가 더 중요하니까.


<>일확천금을 꿈꾸지 마라 =최근 하락장에서 낭패를 맛본 사람의 상당수는
지난 상반기 짭짤한 수익을 맛본 사람이 많다.

하루에 15%씩 오르는 장에 길들여지다 보니 어느새 5%, 10%수익은 양에 차지
않게 됐다.

더 오른 때도 있었는데 이 시점에서 이익을 실현할수 없다는 "배짱파"도
적지않다.

올라도 안팔았는데 내렸으니 팔 엄두를 내지 못할 건 분명한 일이다.

주식뿐이 아니다.

채권 투자도 부동산 투자도 일확천금을 꿈꿔선 안된다.

한번에 그동안의 손실을 만회하겠다는 도박사 근성으로 재테크에 임하면
백전백패다.

그보다는 조그만 이익을 자주 챙긴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러다 보면 뜻하지 않게 일확천금을 챙길 기회가 찾아온다.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라 =돈은 참 민감하다.

주식에 뭉칫돈이 몰렸는가 싶더니 어느새 은행으로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만기 6개월이하의 단기상품에 잠겨 있는 돈만 1백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상황변화에 포트폴리오를 재빠르게 다시 짠다는 의미다.

주가가 오를 때는 주식에, 금리가 오를때는 채권이나 은행금융상품에,
부동산값이 오를 때는 부동산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려야 하는건 만고의
진리다.

지금이 주식보단 금융상품과 부동산투자 비중을 늘려야 할 때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

사실 은행금리라야 세금을 떼고 나면 고작 연 5%안팎이다.

메리트는 여전히 낮다.

그런데도 은행에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은 일시적 "대피심리" 때문이다.

투신사 대우문제 등이 해결될 때까지 안전한 은행에 숨어있자는 생각에서다.

어떻게 보면 이보다 더 훌륭한 포트폴리오도 없다.

행여 아직까지 상반기의 포트폴리오를 고집하는 독자가 계시다면 이 시점
에서 다시한번 재점검하기를 바란다.

모쪼록 독자여러분 모두가 성공재테크를 이루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하영춘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