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시 서북부에 자리잡은 중관춘 지구.

베이징의 실리콘밸리로 통하는 곳이다.

이 곳은 배후에 북경대 청화대 인민대 등 70여개의 대학이 있다.

산학 연구 조건이 갖춰졌다.

넓게 뚫린 중관춘가 주변에는 컴퓨터관련 업체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렌샹 스통 등 중국의 대표적인 컴퓨터업체 본부가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지구내 크고 작은 컴퓨터관련 업체가 줄잡아 4천개나 된다.

중관춘에서 컴퓨터 조립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장만홍(32)씨는 지난해
다니던 컴퓨터회사를 그만두고 회사를 차렸다.

허름한 사무실 2층을 빌려쓰고 있는 그는 요즘 하루 평균 2~3대의 컴퓨터를
팔고 있다.

펜티엄II급 데스크탑 PC가격이 노동자 평균 월급의 10배가 넘는데도 잘
팔린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중국에 인터넷 열풍이 불면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주문이 밀린다며 사람을 두 명 더 뽑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관춘에는 지금 젊은 벤처사업가들이 활보하고 있다.

중국이 죽의 장막을 밀치고 국제 인터넷업계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7월.

중국어 검색사이트를 운영하는 차이나컴(www.china.com)이 뉴욕 나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등록하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야후 라이코스 케이블&와이어리스 등 외국 인터넷업체들은 중국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러나 중국내에서 차이나컴은 조회건수 면에서 한참 아래에 있는
검색사이트다.

소후(www.sohu.com) 지나컴(www.sina.com) 등이 훨씬더 많은 이용자수를
갖고 있다.

중국 인터넷 비즈니스의 저변이 넓다는 얘기다.

이들 두 사이트 역시 지금 나스닥 시장 등록을 준비중이다.

중국 인터넷 시장 성장속도는 폭발적이라고 할 만하다.

지난해 말 2백40만명에 달했던 가입자수는 현재 4백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우지추안 신식산업부장관).

올들어 8개월여 동안 무려 2배이상 늘어난 셈이다.

국제 시장조사전문기관인 IDC는 오는 2003년 중국 인터넷 이용자수가
1천6백1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2005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은 세계 제2위 인터넷 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소후의 장차오양 사장은 중국에서도 인터넷비즈니스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난해 2월 본격 서비스에 나선 소후는 1년만에 영업 흑자를 기록했다.

에릭슨 노키아 인텔 등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로부터 1백만달러의
광고를 유치했다.

미국의 다우존스 인텔 IDG등으로부터 2백만달러의 벤처자금을 끌어들였다.

미국 유학파인 장 사장은 중국 인터넷비즈니스의 대명사가 됐다.

중국 정보통신산업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또다른 분야는 이동통신이다.

핸드폰이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전국 이동전화 가입자수는 올들어 8개월동안 1천1백만명(44%)이 늘어
3천6백19만명에 달했다.

핸드폰 사용자수는 2003년 1억명을 돌파할 것이라는게 중국 정부의
추산이다.

핸드폰 붐으로 삼성전자 에릭슨 등 국내외 단말기 업체들은 특수를 누리고
있다.

최근 중국전신 연합통신 중국길통 등의 통신사업자들이 인터넷폰 사업을
시작, 부가통신서비스 시장도 형성되고 있다.

중국정부는 정보통신 분야를 21세기 핵심 산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이 올해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을 위해 예산 1천2백억위안(약
16조8천억원)을 배정한게 이를 말해준다.

정보통신 산업을 실업문제 해결의 탈출구로 삼겠다는 뜻도 담겨있다.

중국 인터넷 및 정보통신 분야는 외국기업에게 기회의 땅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베이징 현지 상사원들은 중국이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말한다.

중국은 최근 인터넷 분야 외국 기업의 투자를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삼성SDS 중국지사 이철 소장은 이에 대해 외국 기업이 중국 인터넷시장에
파고들기 전에 자국기업 위주로 산업을 정비하겠다는 심산이라고 설명한다.

중국의 인터넷시장 보호에는 또 중국 나름대로의 화교권 인터넷 문화를
심어보겠다는 야욕도 엿보인다.

<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