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을 생산해 경쟁하던 시대는 가고 기업 또는 브랜드 이미지가 승부수가
되는 시대가 됐다.

코카콜라 말보로 루슨트테크놀로지 야후 등은 천문학적 수치에 달하는
무형자산 가치를 갖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엔 기술력이나 독특한 마케팅 능력, 브랜드 인지도 등이 포함된다.

많은 기업들은 브랜드나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차별화된 마케팅과
이미지 구축에 고심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상징마크를 새로 도입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이가운데 넥스트 컴퓨터는 기업의 아이덴티티(CI.기업이미지 통일)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을수 있다.

넥스트 컴퓨터는 애플컴퓨터의 설립자인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떠나면서
새롭게 설립한 교육용 컴퓨터 회사다.

스티브 잡스는 넥스트 컴퓨터의 차별적 이미지 구축을 위해 IBM GE UPS 등의
CI 작업으로 유명한 폴 랜드 교수에게 작업을 의뢰했다.

넥스트의 회사이름은 교육적 마케팅 관점에서 차세대 정보, 새로운 정보의
물결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일반인들에게는 "Exit"(출구)로 오인되기 쉽고 이용실 등에선
다음 손님등의 의미로 사용됨으로써 차별적 이미지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폴 랜드 교수는 이같은 어려움을 넥스트 컴퓨터가 갖는 제품 자체의 이미지
를 직접적으로 시각화하는데 서 해결책을 찾았다.

그는 "Next Computer,a black Computer" 라는 슬로건아래 블랙 큐브
(검은 상자)를 넥스트 컴퓨터의 상징 이미지로 채택했다.

또 "NeXT" 상호의 e자를 대문자대신 소문자로 사용해 차별화 포인트로 선정,
넥스트 컴퓨터가 갖는 교육용 컴퓨터의 상징성을 부각시켰다.

사각큐브의 한정된 공간속에서 상호를 표현해야 하는 어려움을 상하로
두자씩 알파벳을 쓰는 방법으로 시각적 임팩트와 차별성을 강조했고 컬러의
활용을 통해 기업의 다양성을 상징화했다.

또 3차원 공간에서 심볼의 활용성이 고려된 디자인을 채택, 인터넷 환경
에서도 적합하게 쓰일수 있도록 입체적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CI가 제정되고 고객들에 선보인 이후 넥스트의 인지도는 크게 높아지고
경영 또한 탄탄대로에 올랐다.

CI 작업 완료후 넥스트의 사장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보석을 얻었노라"고..

< 김혜옥 디자인커넥션 사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