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회생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일까.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통신기기 전문업체 맥슨전자는 90년대 초
매출액의 10%를 은행에 예입하고 자금을 운용할 정도로 탄탄한 기업이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국내 핸드폰 시장 진입에 실패하고 IMF사태로 수출금융
이 끊겨 경영난을 겪다가 지난해 12월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됐다.

당시 주가는 1천5백원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러던 업체가 불과 9개월 사이에 주가 2만6천원을 기록하면서 완전 정상화
궤도에 들어섰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이 회사의 컨설팅을 맡았던 생산성본부 관계자들은 생산관리의 개선을
최우선으로 꼽고 있다.

우선 생산관리의 가장 기초적 요소인 자재관리에서 "자재감시제도"를
도입했다.

상품 수명이 3개월밖에 안된다는 핸드폰시장의 성격상 6백여개에 달하는
부품의 적시 조달이 조립업체의 생명과 직결된 것이었다.

맥슨은 가장 변화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 20~30개에 대해 담당자를 선정,
상시적으로 공급타이밍을 체크하게 했다.

만약 이상이 생기면 경고를 발동, 전사적으로 이 부품의 수급에 나서도록
만들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전예측 기능.

구매와 영업, 생산관리 담당자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상시 점검체제를
구축했다.

그 결과 지난해까지 상시적으로 발생하던 부품공급 차질로 인한 생산중단을
99% 해결했다.

공정개선도 한몫했다.

핸드폰 업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애로공정"은 바로 검사단계다.

9백여개의 포인트를 체크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당 1백80초 정도 걸리는 공정을 줄이지 않으면 대량 생산을 통한 경쟁력
향상을 꾀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검사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섰다.

과거 CDMA를 담당했던 직원들이 한달간의 집중 밤샘 작업을 통해 소프트웨어
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이 회사는 평소 1백8초 걸리던 개당 검사시간을 45초로 줄였다.

99년초 8만대 수준이던 유럽형휴대전화(GSM)생산 능력은 설비의 추가투입
없이 40만대까지 끌어올렸다.

아울러 품질개선을 위해 최고경영자가 주재하는 품질회의를 1주일에 한번씩
열도록 상설화했다.

생산기술, 구매, 자재, 현장, 품질관리부서 등의 과장 및 대리급 사원이
참가하는 품질 "크로스 체킹 시스템"을 구축해 물샐틈 없는 품질관리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같은 생산성 향상에 힘입어 올해 생산능력의 2배에 달하는 5년간 10억
달러의 수출물량을 확보하고 회사의 완전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김용준 기자 juny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