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 본사 독점전재 ]

지난해 4월 이코노미스트지가 미국경제를 거품으로 묘사하고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게 금리를 올리라고 충고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 경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미국경제를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다우지수는 큰 폭으로 올랐다.

또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33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등 미국경제는 초호황기
를 구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고가 틀렸단 말인가.

잔치의 흥을 깨는 것 같아 안된 말이지만 미국 경제는 여전히 버블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최근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다우지수는 미 월가의 붕괴가 세계 경제의
최대 위협이 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직도 이같은 경고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면 금융 버블이 실존함을 보여
주는 사례를 살펴보자.

높은 주가는 경제 펀더멘털에 의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주가는 그러나 시장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버블이 단순히 상상의 산물임을 입증해 주지도 못하고 있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시장은 과열되기도 하고 버블이 일정기간 지속되기도
한다.

실제로 그것은 시장의 속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버블이 크면 클수록 붕괴됐을 때 경제적 파장 또한 엄청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현재 시점에서 주가가 과열돼 있는지를 알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난 몇년간 버블의 조짐은 경제 여기저기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50년간 국내총생산(GDP)의 1% 미만에 머물렀던 민간 부문의 금융적자
(순여신)는 최근 5%까지 치솟았다.

통화 공급에 의한 성장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올해 미국의 무역적자도 GDP의 4%에 육박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전형적인 버블의 징후다.

미국주가가 과대 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FRB는
과도한 주가수준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의 인플레율은 낮다.

따라서 고금리정책을 펴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인플레는 그간 많은 외부적 요인들-강한 달러, 다른 나라의 내수부진, 낮은
수입물가 및 원자재가격 안정-에 의해 억제돼 왔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중앙은행은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부문에서
의 인플레를 눈여겨 봐야 한다는 점이다.

과도한 자산 가격의 상승은 전통적인 인플레 만큼이나 위험하다.

이 때문에 증시과열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다.

그래서 과열된,아니 버블화된 경기를 조용히 끌어내려야(연착륙시켜야)한다.

IMF는 지난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전통적인 인플레는 때때로 경제가
과열돼 있는지를 판단하는 충분한 척도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신 중앙은행이 자산가치 상승이나 민간부문의 금융적자, 대외무역적자와
같은 다른 종류의 불균형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자산시장에서의 과열이 통화긴축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음을
상기시켰다.

FRB는 자산가격의 상승이 경제에 미치는 충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 96년 이후 주가 추이에 강한 우려의 시선을 보내왔다.

그렇지만 그린스펀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결론내린
듯이 보인다.

왜 그럴까.

FRB가 금리를 올려 버블을 터뜨리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언제 어느 정도로 금리를 올려야 할지 말하기는 매우 어렵다.

특히 언제 버블을 깨뜨려야 할지 결정하는 문제는 정말 난해한 일이다.

그렇다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도 없다.

그러나 버블 인플레를 막기 위해서는 초기 단계에서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얼마전 영국 중앙은행이 높아지는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린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몇년간 과도한 소비자 대출과 같은 과열의 조짐은 충분히 발견됐다.

하지만 그린스펀은 통화 및 금융정책의 고삐를 조이지 않아 위험을
방치했다.

그는 지난해 가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세 차례나
금리를 인하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FRB는 주가가 급속히 떨어지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 줬다.

그러나 문제는 주가가 과열돼 있을 때 FRB는 금리를 과감하게 인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부조화는 일반 투자자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켜
금융시장의 위험을 더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금리인상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할 수 있다.

FRB가 시기를 놓쳐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주가폭락
고인플레 달러가치 폭락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그럴 경우 금리를 통한 경제조절마저 불가능하게 된다.

한가지 다행스런 점은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이 몇해전보다 경제여건이
나아졌다는 점이다.

유럽과 일본경제는 미국이 불황기에 접어들더라도 이를 상쇄해 세계 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어야 한다.

<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9월25일자 >

< 정리=김재창 기자 char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