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피의 법칙 ]

"친구들과 미팅을 갔었지. 뚱하고 못생긴애 있길래. 우와 제만 빼고 다른
애는 다 괜찮아. 그래도 꼭 걔랑 나랑 짝이 되지. 내가 맘에 들어하는
여자들은 꼭 내 친구 여자친구이거나 우리형 애인..."

몇 년전 유행했던 DJ DOC의 "머피의 법칙" 가사다.

그런데 이 머피의 법칙이 주식투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주식투자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내가 사면 빠지고 팔면 항상 오른다"고
푸념한다.

투자클리닉센타를 찾는 환자들의 가장 흔한 증상이 바로 "추세역행증"이다.

왜 일반 투자자들 대부분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것일까.


수유리에 사는 김봉근씨(45세, 건축업)는 지난 15년간 주식투자를 해온
경험 많은 투자자다.

그러나 김씨의 투자성적을 보면 경험 많다는 것이 의미를 잃는다.

그간 투자금액은 약 4억원으로 추정되며 현재 남은 금액은 6천만원이다.

그간 개인사정으로 간헐적으로 매매가 중단된 적도 있지만 꾸준히 매매를
해왔고 IMF와중에서는 투자금액 5천만원 정도를 깡통으로 날린 경험도 있다.

김씨의 지난 3년간 매매를 분석해 보니 총 75회의 매매에서 72%라는 높은
승률을 보였다.

그러나 벌었을 때의 평균이익이 1백만원 안팎인데 비해 손해난 경우의
매매시 평균금액은 5백만원을 넘어섰다.

그리고 이익이 난 매매의 주식 보유일수는 열흘을 넘지 못했고 잃은 경우의
보유일수는 평균 2개월에 육박했다.

승률에 비해 수익률이 좋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김씨는 저점에 사려고 노력했고 또 오르면 빠질까 두려워 짧게 이익을
실현시켜 왔다.

전형적으로 추세역행적인 매매를 했던 것이다.

그러면 왜 저점에 사면 내리고 고점에 팔면 오르는 것일까.

그 비밀은 추세에 있다.

주가는 한번 추세가 생기면 그 형성된 추세의 방향대로 진행하려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싸다고 생각한 주식은 이미 하락추세가 형성돼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고 반대로 이익이 난 주식은 이미 상승추세가 진행되고
있어 향후에도 더 높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익을 잘라 버리니 당연히 팔면 오르는 것이다.

이와 같은 추세역행적인 매매를 하는 투자자는 대략 80%에 육박한다.

그러나 엄밀히 얘기해서 추세역행을 피해가는 투자자는 단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투자자는 이렇게 항변하기도 한다.

"박사님 얘기는 상승장에만 맞는 것 같아요. 횡보장이나 하락장에는
저점매수 고점매도가 맞지 않나요"

일리있는 얘기 같지만 전혀 맞지 않는 얘기다.

장세를 어떻게 미리 예측할 수 있는가.

고점과 저점은 지나간 후에나 알 수 있는 것이다.

주식투자는 오르면 따라붙고 내리면 버려야 한다.

다행히 김씨는 그동안 매매패턴을 크게 반성하고 우리가 제시한 매매를
시도해 보겠다고 했다.

15년간 몸에 밴 매매습성이 하루아침에 바뀌긴 힘들겠지만 노력하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김씨가 투자에 성공하기를 빌기에 앞서 일관되게 실천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 현대투자클리닉원장 / 한경머니 자문위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