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호 < LG상사 대표 shlee@lgi.lg.co.kr >

민족 최대 명절인 한가위가 다가왔다.

추석때 상여금을 주는 기업들이 많아져 오랜만에 직장인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아질 듯 싶다.

얇아진 지갑 때문에 내핍 생활을 해왔던 주부들도 올 추석엔 아이들에게
옷 한 벌 사줄 수 있는 여유는 생기는 분위기다.

올 추석 백화점 매출이 98년보다 30~50%가 늘어날 듯 하고 또 중소기업과
재래시장의 경기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추석 경기를 실물경제의 바로미터로 봤을 때 확실히 올 추석 우리 경제는
작년보다 한결 나아진 듯 싶다.

그러나 나는 올 추석이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노래 제목처럼 두 얼굴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귀향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친지들과 모여 정겨운 얘기를
나누는 소박한 추석조차 기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구조조정과 부도로 실직한 이들, 수해를 입어 차례상을 차릴 집조차 없어진
사람들에게 추석은 무거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최근 일부 백화점에 천만원 짜리 산삼, 사백만원 짜리 와인 등 고급
선물들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또 최근 광고대행사가 조사한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을 보면 IMF를 거치면서
"조직보다는 개인", "돈이 최고"라는 개인주의 가치관과 배금주의가 더욱
확산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경제적 번영으로 여유를 즐기고 있는 선진국들의 개인주의 가치관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공동체를 강조하는 전통적 가치관의 참 의미를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상들은 명절이 되면 마을 유지들이 곳간을 열어 가난한 사람들이 차례를
지낼 수 있도록 곡식과 제수거리를 나누어 주곤 했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모두에게 똑같이 가슴으로
와 닿을 수 있도록 함께 나누고 더불어 사는 우리 고유의 전통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