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톰 조몰럭 익사이트@홈 회장 ]

"황금알 낳는 거위"라는 인터넷 비즈니스에서는 창업자만 억만장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무한한 창의를 발휘해 제2의 창업을 일궈낸다면 누구라도 능히 갑부가 될
수 있다.

익사이트@홈(Excite@Home)의 회장겸 최고경영자(CEO) 톰 조몰럭(43)은
이런 일이 결코 허황된 것이 아님을 입증한 사람이다.

톰 조몰럭은 익사이트@홈을 만든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원년멤버도 아니다.

창업후 1년 이상 지나 회사가 틀을 갖춘 다음에 입사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회사의 비전을 세운 공로로 스톡옵션을 받아 수억달러를 손에
쥐었다.

이미 행사한 스톡옵션으로만 4억3천5백만달러를 챙겼다.

아직 행사하지 않은 스톡옵션에서도 2억달러 가량은 충분히 남길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96년 7월 톰 조몰럭이 CEO로 부임했을 당시 @홈은 아직 익사이트를
인수하기 전으로 새내기 티를 갓 벗은 기업이었다.

당시엔 새로운 기술이었던 "케이블망을 이용한 고속 인터넷 접속" 서비스의
선두업체였지만 겉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이 서비스 가입자는 10만명도 되지 않았으며 매출도 1백만달러를 겨우 넘는
수준이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이 회사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는 64만명(6월말
기준)에 달한다.

올해 초부터는 분기별로 따져도 가입자가 3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지난 한해 매출은 4천8백만달러로 95년에 비하면 수 십배나 뛰었다.

톰 조몰럭의 가장 큰 공로라면 인기 포털사이트 익사이트를 인수한
것이었다.

기술 일변도로 나가던 @홈이 기술과 컨텐츠를 병행하는 독특한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이로써 인터넷 서비스 부문에서는 아메리카온라인(AOL)을, 컨텐츠에서는
야후를 추격하고 있다.

그는 익사이트를 인수한 뒤 소비자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새로운 서비스들을
잇달아 개발해 회사를 키워가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음성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보이스 메일
서비스를 도입했다.

또 웹MD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의료정보및 뉴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원스톱 전자상거래 솔루션을 개발하는 아이몰(iMALL)을 인수해
전자상거래 업체로의 탈바꿈도 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분석가들은 그가 취임한 이후 잇달아 벌이고 있는 전략적 제휴
와 파격적인 기업인수는 정확한 형세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인터넷 접속이라는 인프라스트럭처를 바탕으로 전자상거래 업체로 성장하는
것이 훨씬 전망이 밝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홈의 주력사업인 인터넷 접속 서비스는 이용료가 점점 내려가는
추세다.

알타비스타를 비롯한 일부 경쟁 업체들은 무료 서비스까지 하고 있다.

또 기존 전화선을 이용한 고속 인터넷 접속 서비스 ADSL이 새로운 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적절한 궤도수정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리콘밸리의 경영자들은 그의 친화력도 높이 사고 있다.

금발의 미남일 뿐만 아니라 세련된 차림새와 부드럽고 센스있는 언행은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그는 거의 모든 스포츠를 즐긴다.

특히 골프는 거의 프로급이다.

"TJ(톰 조몰럭의 애칭)는 대단히 뛰어난 경영자다.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넓은 경험과 창의성을 갖고 있다. 그와 함께 비즈니스를 하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톰 조물럭이 @홈의 CEO로 부임할 때 TCI의 CEO 브루스 래베널이 한 말이다.

@홈의 창업자 윌 하스트가 스스로 부회장으로 내려앉은 것도 그의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기업의 인수제의를 거절했던 익사이트의 사장 조지벨(현재
익사이트@홈 사장)이 조몰럭의 제의를 쾌히 받아들인 것도 그의 친화력
때문이었다는 후문이다.

그는 @홈에 오기 전 10년동안 실리콘그래픽스에서 일했다.

지난 86년 일개 기술자로 출발했지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개발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4년만에 이 회사의 사장자리까지 올랐다.

실리콘그래픽스에서도 중요한 전략적 제휴및 인수합병을 여러건
성사시키면서 회사를 반석위에 올려 놓았다.

그가 몸담았던 10년동안 이 회사는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에서 연 매출
40억달러에 직원수가 1만1천명이 넘는 대기업으로 변신했다.

조몰럭에겐 운도 따르고 있다.

@홈의 최대주주(지분율 40%) TCI를 최근 미국 최대 통신사 AT&T가 인수한
것이다.

AT&T는 6천만 가정을 가입자로 확보하고 있는 18개 케이블 TV 회사들과
제휴하고 있다.

AT&T 산하로 들어가면서 그만큼 잠재고객을 많이 갖게 된 셈이다.

조몰럭은 든든한 배경을 업고 오는 2천년대에 가입자를 6백만~1천2백만명
까지 늘려 라이벌 로드런너(타임워너와 미디어원의 조인트벤처)를 무난히
따돌릴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 김용준 기자 dialec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