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윈스키와의 시가 게이트 이후 언론의 과녁에서 잠시 벗어나는 듯했던
빌 클린턴 대통령이 언론의 도마 위에 다시 올랐다.

퇴임 후 옮겨 살 집으로 뉴욕 교외의 방 11개짜리 저택을 구입한 것과
관련한 뒷얘기 때문이다.

르윈스키와의 법정 화해 비용 등으로 은행 빚만 5백50만달러를 안고 있는
그가 이번에 구입한 저택의 가격은 무려 1백70만달러다.

그는 저택 구입을 위해 뱅커스 트러스트 은행으로부터 1백35만달러를
차입했는데 그 과정에서 보증을 선 친구를 두고 이런 저런 뒷공론이 나오고
있다.

보증 선 주인공은 테리 매콜리프라는 워싱턴의 투자 사업가다.

건설 보험 회사 등에 투자해 배당 수입 등으로 거액을 벌고 있는 그는
워싱턴 일대에서 정치자금 모금의 귀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수완 덕분에 클린턴의 백악관 입성 이후 가장 절친한 "FOB(Friend of Bill:
빌 클린턴의 친구)"가 됐다.

매콜리프는 지난 96년 대통령 선거 때 클린턴 고어 진영의 선거자금 모금을
도맡다시피 했고 최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힐러리를 위해서
도 자금책을 자임하고 있다.

그가 현직 대통령 일가에 충성을 바치고 있는 대가로 어떤 반대급부를 받고
있는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매콜리프 본인은 대통령 개인이 좋아서 돕고 있을뿐 특혜를 받은 적도 없고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조차 없다고 팔을 내젓고 있다.

그러나 언론의 안테나에 잡힌 특혜 의혹만 해도 몇 건에 이른다.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해 한 연방기관의 사무실을 워싱턴의 프루덴셜 생명
빌딩에 입주토록 영향력을 행사한 뒤 프루덴셜 측으로부터 사례비로 37만5천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은 한 예일 뿐이다.

한 노조 연금기금에는 플로리다의 부동산을 매입토록 압력을 넣고 2백40만
달러의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도 있다.

본인은 물론 이런 의혹들에 대해 펄쩍 뛰며 부인하고 있지만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매콜리프를 비롯한 업계의 FOB들은 대통령과의 친분을 배경으로 사업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각종 유.무형의 반사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게 월가의 정설
이다.

미국이 제아무리 법과 제도가 우선하는 나라라고 해도 권력의 위세가 없을
수는 없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증언이다.

나라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는 몰라도 사람사는 동네에는 공통적인 그
무엇이 있는 모양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