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에서 물러난 "미스터 엔"(사카기바라 에이스케 전 대장성 재무관)이
급진전되고 있는 엔고와 관련, 일본 중앙은행에 시비를 걸고 나섰다.

국제금융무대에서 엔화시세를 좌지우지해 왔던 그의 영향력이 여전히
살아있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에서 금융정책과 관련한 일대 설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

사카기바라는 12일 TV아사히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엔고를 용인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시각이 많다. 중앙은행은 국익이라는
문제를 보다 더 생각지 않으면 안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확실하게 엔고흐름을 끊지도 못하면서 그저 간헐적으로 시장개입만 하고
있는 중앙은행에 대한 비난이다.

보다 다양한 금융완화정책을 펴야한다는 주문도 곁들였다.

사카기바라는 TV프로그램에서 "정부가 제2차 수정예산을 편성하게 되면
금리가 올라가게 되며 결국 엔고가 다시 나타날 것"이라며 금융완화정책과
동시에 시장개입도 보다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사용한 용어는 "양적인 완화"였다.

이는 금리를 낮게 조정하는 차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직접 통화량을 늘리는
완화정책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공적자금의 투입을
주장해왔다.

사카기바라는 이어 "정부와 중앙은행이 한 몸이 돼서 시장개입에 나서면
결국 미국도 협조개입에 응해줄 것"이라고 말해 당국의 대응이 일체감을
갖지 못한 점도 비판했다.

그는 이같은 자신의 발언이 로렌스 서머스 재무장관 등 미국측의 의향을
파악한 후에 행해지고 있다는 점도 은연중에 시사했다.

이같은 사카기바라의 발언에 대해 하야미 일본은행 총재가 발끈하고 나섰다.

그는 13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로(0)금리정책으로 기업들의 단기적인
자금수요는 충분히 충족되고 있다"고 반론을 폈다.

더 이상 금융완화정책이 필요하지 않다는 자신의 상황인식을 강조한 것이다.

하야미 총재는 "외환시장개입에 대한 생각은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의 생각과
일치한다. 특별히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혀 일본 중앙은행
의 자세가 "국제적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앙은행 역시 다른 나라들과의 의견교환은 지속적으로 계속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 중앙은행으로서는 인플레우려를 최우선의 정책과제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정부나 기업들의 입장을 고려, 제로 금리에 이어 통화량확대등 다양한
금융완화책을 구사하고 싶지만 이는 곧 인플레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통화정책의 또다른 축인 대장성의 경우 미야자와 기이치 대장상은 최근
일본 중앙은행의 제로 금리정책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되풀이해 왔다.

그러나 대장성의 젊은 관료들 사이에서는 경기부양과 엔고저지 등
다목적으로 활용될 수있는 양적 완화에 대한 견해도 고개를 들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 박재림 기자 tr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