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어린이가 자기 방 책상 앞에 앉아 제주도 식물원의 한란을
직접 가꾼다.

부산의 대학생은 한낮 연구실에서 남미 칠레에 있는 천체망원경을 조작,
밤하늘의 명왕성을 관찰한다.

전주에 사는 주부가 자기 집 PC를 통해 미국 워싱턴DC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에 있는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호프 다이아몬드)를 3백60도로
이리저리 돌려가며 감상한다.

언뜻 황당하기도 한 이런 만화 같은 일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곳이 있다.

시간과 공간을 마음대로 재단하는 시공테크(www.tst.co.kr.대표 박기석.51)
다.

시간을 넘나들고 공간을 뛰어넘는 인간의 꿈을 이루는데 모든 것을 걸고
있는 회사다.

그 통로는 인터넷이다.

시공테크는 이미 인터넷을 이용해 밤낮을 바꾸고 현실공간의 거리를 없애는
기술을 내놓았다.

인터넷 정원, 인터넷 진열장, 인터넷 천체망원경 등이다.

모두 원리는 같다.

인터넷으로 지구 저편에 있는 장치를 원격 조작해 사물을 관찰하고 움직이는
것이다.

인터넷 정원은 로봇으로 식물을 키우는 프로그램.

로봇이 땅을 파고 씨를 뿌리며 물을 줘 화초를 가꾼다.

이 과정을 로봇의 팔과 식물원 천장에 설치된 카메라로 촬영, 인터넷을
통해 전달한다.

화초의 주인은 서울의 안방에 앉아 멀리 제주도 식물원의 꽃이 어떻게
커가는지 살펴보고 인터넷을 통해 비료를 조금 더 준다든지 할 수 있다.

이 시스템으로 더 나아가 아프리카 밀림의 열대식물이나 호주의 코알라까지
키울 수도 있다.

세계가 내 텃밭이 되는 셈이다.

인터넷 진열장은 박물관이나 전시장에 카메라를 부착, 전세계 어디에서나
원하는 작품을 아무 때나 감상할 수 있는 시스템.

중계용 카메라는 상하좌우 다양한 각도로 작품을 돌려 볼 수 있게 한다.

작품 사진과 해설도 아무 곳에서나 뽑아볼 수 있다.

인터넷 망원경은 천문우주기획(대표 이태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오준호
교수팀과 함께 개발중이다.

현재 80% 정도 완성된 단계다.

전문가도 망원경으로 한참 걸려야 찾는 별자리를 이들은 10여분만에 바로
찾아내 관찰할 수 있는 각도조절 장치를 만들고 있다.

환상같은 얘기들이지만 이미 현실로 다가와 있다.

인터넷 정원은 한국정보문화센터가 과천에 세우는 초고속 정보통신전시관
(정보나라)에 설치된다.

정보나라는 시공테크가 기획부터 시공까지 모두 맡아 2000년 10월 완성하게
된다.

제주도의 식물원과 에버랜드등 4곳에는 제안서를 내놓았다.

인터넷 진열장은 한국과 미국 중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8개국에 특허
출원했다.

세계적으로 천체관측 마니아의 수가 만만치 않아 인터넷 망원경도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

박기석 사장은 "이들 사업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꿈을 실현시켜 삶의 질을
높여 주는 일"이라고 믿는다.

"서울에서 아프리카의 표범에게 먹이를 주고 그 모습을 바라본다면 얼마나
익사이팅하겠느냐"는 것.

박기석 사장이 지난 88년 설립한 시공테크는 원래 인터넷과 전혀 무관한
테마파크 기획업체였다.

대학(고려대 독문과) 졸업 후 10여년간 기업에서 줄곧 무역업무를 담당했던
박 사장이 외국에 드나들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테마파크들.

시카고의 사이언스 뮤지엄, LA의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이런 걸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을 품었다.

시공테크 설립은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첫 걸음이었다.

처음에는 멀티큐브 슬라이드등 영상물 제작에 나섰다.

88올림픽때 63빌딩을 배경으로 펼친 레이저쇼가 시공테크의 작품이다.

국내 첫 3차원 입체영상 수중촬영도 해냈다.

박물관 과학관 전시관의 내부시설 제작분야로 발을 넓혀 서울시립박물관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 서울랜드 UFO관 등도 만들었다.

설립 당시 자본금 1억원 직원 3명이던 것이 지금은 자본금 45억원 직원
1백50명의 기업으로 커졌다.

이제 테마파크 건설의 꿈에 도전할 때가 다가왔다고 느낄 즈음 박 사장의
눈에는 인터넷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가상공간이 새롭게 펼쳐졌다.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한꺼번에 없애는 인터넷의 조류를 타지 않으면 바로
시대에 뒤떨어지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사장은 바로 테마파크의 꿈을 인터넷 공간에서 실현하기로 마음먹었다.

인터넷 정원 등이 바로 그 산물인 것이다.

시공테크의 키워드는 인터넷과 생태.환경.

가장 유망한 "미래 아이템"을 잡은 이상 성공에 반쯤 다가선 셈이다.

박 사장은 "이제 무한한 상상력의 바다를 헤엄쳐 대어를 잡는 일만 남았다"
고 말한다.

< 조정애 기자 jch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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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정원/진열장 실생활에 큰 도움

인터넷 정원과 인터넷 진열장은 학습이나 취미를 넘어서 실생활과 사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인터넷 정원은 비닐하우스에서 농작물을 재배할 때 이용할 수 있다.

비닐 하우스 중앙에 로봇이 움직일 수 있는 레일을 설치, 로봇이 다니면서
씨뿌리고 물주고 필요하면 약도 칠 수 있게 한다.

카메라를 비닐 천장에 설치하고 인터넷으로 연결하면 재배자는 직접 현장에
나가지 않고도 집이나 사무실의 PC 앞에서 일할 수 있다.

이 방식이 가장 진가를 발휘하는 경우는 병충해가 발생했을 때.

예를 들어 제주도에 있는 온실에서 정체 불명의 병충해가 발생했다고
가정하자.

이럴 때 지금까지는 병충해 사진을 찍어 서울에 있는 전문가에게 보내거나
전문가가 직접 비행기를 타고 출장 와야 했다.

출장에는 비용이 적지 않다.

또 사진을 찍어 주고 받는 동안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도 허다했다.

하지만 인터넷 정원을 꾸미면 원격 방제를 통해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인터넷 진열장은 박물관뿐 아니라 인터넷 쇼핑몰이나 제조업체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 쇼핑몰에 적용, 제품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면 구매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

케이블 TV 홈 쇼핑채널에서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 진열장 시스템을
운영, 방송 시간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제품 정보를 줄 수 있다.

제조업체의 경우 해외 바이어를 초청하지 않고도 자기 제품을 보여줄 수
있어 제품 상담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