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플린 교수 약력 ]

<> 50년생
<> 버클리대학 졸업
<> MIT대학 물리학 박사
<> 스탠퍼드 대학 물리학과 교수
<> 미국 과학아카데미 회원
<> E.O.Lawrence Award for Physics(85년)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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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물리학자들이 중요한 현상을 새로 발견하는 경우는 많지만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실용화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는
언젠가는 보탬이 되므로 열심히 연구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지난 98년 "분수양자홀 효과"(fractional quantum hall effect)라는
이론으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로버트 러플린(50.스탠퍼드대
물리학과) 교수가 최근 고등과학원의 초청으로 우리나라에 왔다.

분수양자홀 효과는 새로운 양자유체에 관한 이론.

양자유체란 강한 자기장과 극저온(섭씨 영하 2백73도 부근)에서 전자들이
액체처럼 운동하면서 전기저항이 분수값을 갖는 상태다.

노벨상 공동수상자인 슈퇴르머(독일)와 추이(중국계)는 82년 벨연구소에서
반도체에 수직으로 강한 자기장을 걸면 전기저항이 3분의1과 같은 분수값을
갖는다는 것을 처음 발견했고 러플린은 이듬해에 이를 이론적으로 규명했다.

과학자들은 "러플린의 이론이 고체.통계.입자물리를 포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을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분수양자홀 효과는 기존의 정수양자홀 효과보다 과학적으로 훨씬
중요합니다. 분수양자홀 효과가 매우 정확하기 때문에 아주 정밀한
전기저항의 측정이나 자기장의 측정표준을 세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러플린 교수는 분수양자홀 효과이론을 도출한뒤 노벨상 수상을 직감했느냐는
질문에 "양자역학이 20세기 물리학의 역사를 바꿨지만 분수양자홀 효과이론이
얼마나 역사를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역사적인 시점에서 운이
좋았을뿐"이라고 겸손해 했다.

그는 분수양자홀 효과에 대해서도 "우리 어머니에게 설명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론"이라며 어렵게 생각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러플린 교수는 최근 고온초전도체에 관한 연구와 함께 컴퓨터 및 생물학
그리고 블랙홀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유전자발현과정의 물리적 성격을 공부하는 게 흥미로워 컴퓨터를
이용해 유전자염기정보와 물리적 특성을 분석하고 있다"고 근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러플린 교수는 화려한 학문적 업적과는 달리 실생활에선 소탈하고
겸손하다.

고등과학원은 그를 초청하면서 1등석 비행기표를 끊어 줬다.

그러나 그는 "1등석을 탈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며 극구 사양,
끝내 일반석을 이용해 우리나라에 왔다.

그는 평소에도 부인과 보내는 시간이 많다며 요리도 직접 한다고 말했다.

"자연에 귀 기울이며 진리를 사랑하고 위대함을 위해 노력하십시오"

물리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러플린 교수는
이런 자세를 갖는다면 누구나 훌륭한 물리학자가 될 수 있다고 말을 맺었다.

러플린 교수의 방한은 이번이 두번째.

노벨상을 수상하기전인 지난 96년 아.태이론물리센터 개소식 기념학회에
참석차 온 적이 있다.

그는 "한국의 문화수준이 매우 높은 데 놀랐다"며 "한국에는 친구도 많아
자주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 김태완 기자 tw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