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개혁에 대한 기업과 국민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전혀 피부로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전체 규제의 절반을 없앴다는 정부의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잃어가면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김대중 대통령이 규제개혁이 미진한 분야에 대한 추가 규제철폐와
신설 또는 법령미근거 규제를 과감히 축소하는 2차 규제개혁을 단행하라고
강력히 지시한 것은 그런 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했다고 본다.

그러나 대통령의 지시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의
각성이 필요하다.

사실 그동안의 정부 규제개혁이 전혀 성과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령에 규정된 전체규제의 50% 가까이를 철폐한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정책당국의 느슨한 대응과 행정편의주의적 발상 때문이다.

우선 폐지대상 규제의 법령정비 작업이 늦어져 실제 시행이 되지않고 있는
것들이 많다.

국무총리실이 지난 4월과 7월 두차례에 걸쳐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을
대상으로 규제개혁 이행실태를 점검한 결과 일부 규제폐지는 국회 법안심의
과정에서 이익단체들의 이해상충으로 보류되고 있는 것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각 부처의 늑장대응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결과를 내놓은바 있다.

또 관련법은 개정됐지만 실제 업무를 집행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관련조례나
규칙등이 옛날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난 7월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2차 규제개혁 이행실태 점검에서
적발된 부당사례 97건중 폐지된 규제를 계속 적용하고 있는 것이 27건에
달했고, 조례등 후속조치 지연 12건, 과다 서류징구 27건, 그리고 법령에도
없는 미근거 규제가 무려 31건에 달했다.

규제개혁에 관한한 "몸통 따로, 손발 따로"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수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공직자들의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다.

모든 문제를 손쉬운 규제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여전해 한쪽에서는 규제를
폐지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규제를 신설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재벌개혁과 관련한 각종규제의 신설은 그 대표적인 예다.

심지어 지난해에 폐지한 규제를 부활시키려는 것도 한 두건이 아니다.

그같은 자세라면 규제개혁은 요원한 과제일수 밖에 없다.

규제개혁은 결코 법령정비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공직자들의 의식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군림하는 관리"가 아니라 "봉사하는 공복"의 자세를 가다듬지 않으면
규제개혁은 백년하청일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7일자 ).